[기고] 연속되는 테러, 근본적 논의를 시작해야...

김정환 2023. 8.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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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과 지난달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살)의 사건들은 이후 온라인에서 국민 불안을 광범위하게 증폭시키는 '살인 예고' 글까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문제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고인 조선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슈팅 게임 중독 상태', '현실 불만, 좌절', '실패‧좌절에 따른 반사회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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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김상옥 교수
 
최근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과 지난달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살)의 사건들은 이후 온라인에서 국민 불안을 광범위하게 증폭시키는 ‘살인 예고’ 글까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문제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고인 조선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슈팅 게임 중독 상태’, ‘현실 불만, 좌절’, ‘실패‧좌절에 따른 반사회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조심하여야 할 점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원인으로 지목한 게임, 동영상 시청 등은 고립‧은둔 청년의 대표적인 생활패턴일 뿐 살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없다. 청년재단은 ‘고립 청년 보고서(2020)’에서 은둔 청년들은 주로 게임(56%), 영상시청(44%), 수면(44%)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피고인이 게임을 집중적으로 한 시기는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게임 중독으로 사회와 단절되었다기 보다는 사회와 단절되어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학계에서도 게임과 폭력성과의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서현역과 신림동 사건은 공통적으로 피의자가 은둔형 외톨이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원종은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에 따라 저지른 범행으로 이미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바 있었고, 조선은 실패, 좌절에 따른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라는 용어를 최초로 소개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2012)는 ‘(자택에 틀어박혀) 사회참여를 하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사회적·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단절되어 있는 상태’로 정의하였으며, 우리나라 청년재단(2020)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인상을 고려하여 ‘고립 청년’으로 대체하여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1년 12월 서울시는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22. 12)를 통해, 서울시의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소년의 4.5% 수준인 약 13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하였다. 청년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되는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45.5%)’,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인간관계의 어려움(40.3%)’ 등으로 대부분 사회적 구조와 심리‧정서적 문제가 원인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고립·은둔 청년의 대부분이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으며, 그중 39.3%는 ‘중증 수준의 우울’, 18.3%는 ‘심한 우울’을 겪고 있어 일반 청년 대비 각각 1.5배~ 4배 수준의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의 우울수준 (출처 :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2022.11)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은 고립과 은둔을 청년 개인의 나태함이나 정신병리학적인 현상으로 치부해왔던 인식에서 고립·은둔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개인이나 가정이 아닌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영국의 경우 2018년부터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고 관련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을 통한 근거 마련, 외로움 전략 마련,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고립·은둔 지원을 위한 상담, 복지, 의료, 교육, 고용 등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포괄적이고 맞춤형 지원방식이 가능한 일종의 사회안전망 체계 구축을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취업불안, 경제적 어려움 등 청년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게임이나 SNS에 몰입할 수 있다. 건강한 청년은 일상에서 게임과 SNS 등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회복을 경험한다. 게임, SNS, 영상시청 등의 활동을 단순히 ‘중독’의 틀로 몰아가기보다는 청년들의 회복탄력성을 증가시키는 심리지원,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야 말로 사회적 이상행동과 극단적인 묻지마 살인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글: 숭실대학교 김상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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