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은행의 파이어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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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겪은 미국 월가는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금융감독당국은 주요 은행의 파산을 초래한 뱅크런이 은행에 대한 예금자의 신뢰 상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이 증자를 추진하다 실패해 파산하면서 은행들은 증자를 통한 직접적 자본확충을 꺼리게 됐다.
돈을 빌린 건물주가 파산하면 은행은 건물을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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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겪은 미국 월가는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는 은행의 긴장과 탄식이 가득하다. 보유자산의 가치 하락과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요구 사이에서 은행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하다.
연준을 비롯한 금융감독당국은 주요 은행의 파산을 초래한 뱅크런이 은행에 대한 예금자의 신뢰 상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숨겨진 부실자산이 갑자기 튀어나와 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정부 보장한도가 넘는 예금을 보유한 고객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예기치 못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예금자의 행위는 약간의 나쁜 뉴스에도 예금 인출사태로 표출된다. 은행의 신뢰도를 높여 추가적 뱅크런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당국이 선택한 방안이 자본확충의 독려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안정성을 제고하게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자본확충 요구안이 너무 까다롭다는 데 있다. 자산규모 1,000억 달러가 넘는 30여 개 대형은행은 현재보다 20% 정도 높은 자본확충 기준이 요구될 예정이다. 그와 더불어 장기차입 비중을 늘리고 유동성 비율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대형 은행에만 요구하던 스트레스테스트의 대상에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 이 요구에 부응하려면 우선 증자를 통해 신규자본을 확충하면 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이 증자를 추진하다 실패해 파산하면서 은행들은 증자를 통한 직접적 자본확충을 꺼리게 됐다.
대신에 BIS 비율의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의 규모를 줄이려 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려면 자산의 위험도를 낮추거나 보유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위험도가 큰 자산을 매각하려고 한다. 현시점에 부도위험이 가장 큰 자산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다.
팬데믹 이후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사무용 빌딩의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고 임대용 아파트의 가격도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 여파로 임대소득이 감소해 건물주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돈을 빌린 건물주가 파산하면 은행은 건물을 떠안아야 한다. 건물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의 손실이 커진다. 은행으로서는 건물주가 파산하기 전에 대출 자체를 유통시장인 세컨더리 마켓에서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다. 은행은 또한 자동차론을 비롯한 가계대출도 매각하려 한다.
문제는 부도위험이 큰 대출을 누가 사들일 것인가에 있다. 과거에는 지역은행이 단골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그들도 자기자본 비율의 규제대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규제가 미치지 않는 새도뱅킹 업체가 사들여야 한다. 최근 급성장한 사모펀드와 사모대출 업체가 은행이 파이어 세일에 나선 대출을 공격적으로 사모으고 있다.
은행의 공격적 매도로 자산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더 나빠진다. 장기차입과 유동성자산의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감독을 강화하려다 되려 은행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은행과 새도뱅킹의 건전성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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