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밟아 껐는데" 공장 홀라당 태우고 벌금까지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발로 밟고 떠난지 5분만에.'

인천에서 한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A씨(49)는 갑작스레 난 불로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무심결에 공장에서 피우고 버린 담배 탓이다.

A씨는 공장 정문에 설치돼 있던 전신주에서 전기적 요인 탓에 불이 났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정문을 비추고 있던 폐쇄회로(CC)TV에는 A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화재는 지난해 9월23일 낮 1시37분께 A씨의 공장 정문에서 발생했다. 정문 주변에 있던 종이박스가 타기 시작했고 그 인근에 쌓여 있던 나무 팔레트으로 번졌다.

급기야 불은 외벽 천막을 거쳐 100평 규모의 A씨의 공장 건물로 삽시간에 번져 나갔고, 공장을 다 태우고도 인근 길가에 주차된 A씨의 차량, 인근 방범용 CCTV까지 확대됐다.

화재 원인은 담뱃불. 불이 나기 불과 5분 전 A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

사고 발생 5분 전인 낮 1시32분께 CCTV 영상에는 화재 지점 인근에서 A씨의 손이 나와 종이박스가 쌓여 있는 곳을 향해 담배꽁초를 버린 뒤, 발로 밟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공장에는 A씨를 포함해 모두 5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직원 2명은 휴가와 결근 중이었고, 나머지 2명은 외부업무를 보기 위해 외출 중이었다. 공장에 있던 나머지 1명은 비흡연자였다.

결국 이날 공장에 있던 유일한 흡연자인 A씨는 점심식사 후 공장 정문에서 담배를 피우고 종이박스 등이 쌓여 있는 곳에 꽁초를 버렸고, 발로 끄긴 했으나 재차 그 불이 꺼졌는 지 살피지 않았다.

당시 나뭇가지와 전신주 전선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A씨가 자리를 벗어난 지 불과 5분만에 불길이 확인됐다.

이 사고로 A씨의 공장이 불에 타고 차량과 인근 CCTV 등이 불에 타 1억3000여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그러나 A씨는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 심리를 맡은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국과수 감정 등 여러 증거에 비춰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실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안 판사는 "실화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이 상당하고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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