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북 미군 첫 공식 언급 “인종차별에 반감…망명의사 밝혀”

2023. 8. 16. 10: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이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을 결심한 이유는 인종차별 때문이었다며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16일 공개했다.

그동안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킹 이병의 구금 사실이 확인됐지만,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배경에 대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 공개회의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 무단월북 발생 한 달여 만에 중간 조사 결과 발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 침입…영내 불법침입 인정”
“불평등 미국사회 환멸”…美 안보리 공개회의 비난
모든 처리 가능성 열어둬…인권공세 반격 카드 활용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트레비스 킹 이병. [AP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 월북을 결심한 이유는 인종차별 때문이었다며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16일 공개했다. 그동안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킹 이병의 구금 사실이 확인됐지만,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킹 이병 사건을 통해 최근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를 소집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이 우려했던 킹 이병의 신변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신병처리를 두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지난달 18일 사건 발생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북한이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신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7월18일 15시30분 관광객들 속에 끼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북미) 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게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관계 당국 조사를 통해 월북 경위와 배경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래비스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배경에 대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 공개회의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은 한국과 일본과 함께 안보리 공개회의를 요청했다. 한미일의 요청대로 오는 17일 회의가 열린다면 2017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안보리에서 북한인권회의가 열리게 된다.

15일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자국 사회에서 만연하는 인종차별, 총류 범죄, 아동학대, 강제노동 행위들을 묵인 조장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들에 반인륜적인 인권 기준을 강요하며 내부 불안정과 혼란을 조장한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야말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 중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킹 이병 월북의 불법성을 부각하면서도 자진입국을 이야기하면서 향후 처리방향은 처벌이나 추방, 망명 등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열어뒀다”며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결정이 좌우될 수 있다는 압박도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은 킹 이병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앞으로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호응하기 보다는 인권 공세에 대한 반박과 반격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른 시간 내 유엔사측과의 대화나 신병 인도 가능성은 낮고, 추가적인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미 내부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면서 역공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킹 이병이 망명의사를 밝혔다는 북한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우리는 트래비스 킹의 안전한 귀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방부의 우선순위는 킹 이병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