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월북미군 '美 인권비난'에 활용…'학대·인종차별' 언급

김지헌 2023. 8.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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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권 실태를 보이는 북한이 자진 월북한 미군 병사를 미국의 인권 문제를 비난하는 데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배경은 제쳐두고 미국 인권문제만 월북 이유로 거론한 것으로, 북한이 앞으로도 그의 월북을 대내외적인 선전도구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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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배경으로 미 인권문제 부각…"계속 조사" 억류 장기화 가능성
인권은 북미 간 오랜 갈등 요소…美의 北인권비판에 북은 "美인권부터 취급해야"
월북미군 망명의사 검증 불가하다는 입장 밝힌 美 국방부 (커노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의 발표를 검증할 수 없다며 그의 안전한 귀환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9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킹의 할아버지가 킹의 사진 옆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3.08.16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최악의 인권 실태를 보이는 북한이 자진 월북한 미군 병사를 미국의 인권 문제를 비난하는 데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16일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그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 학대와 인종차별"에 반감을 품어 북한으로 넘어갈 결심을 했으며,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킹 이병은 한국에서 폭행 사건과 경찰 기물 파손 등으로 한동안 구금됐고 추가 징계를 위해 본토로 송환되기 직전 판문점을 통해 무단으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런 배경은 제쳐두고 미국 인권문제만 월북 이유로 거론한 것으로, 북한이 앞으로도 그의 월북을 대내외적인 선전도구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킹 이병 관련 사안이 보도됐지만, 점차 노동신문 등 대내매체에서도 다뤄 미국의 열악한 인권문제를 부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뜻하지 않게 '인권 선전전 카드'로 굴러들어온 킹 이병을 최대한 오래 이용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킹 이병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고 밝혀 그를 당장 풀어주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장기화 가능성도 우려된다.

다만 북한은 킹 이병이 '불법 침입'했다고 규정, 상황에 따라 '침입자'인 그를 추방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선전전에 활용하더라도 언젠간 대미 협상용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이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에 킹 이병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의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킹 이병 소식을 전해 그의 안위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한편 자신들에게 협상의 주도권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결론 없이 조사 결과의 일부만 공개한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키를 자신들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주문하는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UN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PG) [정연주, 이태호 제작] 일러스트

인권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 해묵은 갈등 요소다.

북한은 전날에도 미국이 자국의 인권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려는 데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보다 미국이 인권문제에서 문제가 많다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이 전날 담화에서 "만일 안보리에서 어떤 나라의 '인권 문제'가 취급되어야 한다면 각종 사회적 악폐로 부패할 대로 부패한 반인민적 악의 제국 미국부터 취급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의 인권문제로 인종차별, 아동학대, 강제노동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의 인권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데는 국제사회에서 이 이슈에서 절대 밀려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인권 문제에서 주도권을 잃는 순간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인권 문제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수록 '강 대 강'으로 맞받아칠 것"이라고 봤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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