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친상 땐 조의문 보낸 김정은, 尹 부친상엔 '무반응'

김건호 2023. 8.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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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광복절 경축사서 “70년간 가난 못 벗어난 북” 발언
남북 관계 냉랭…尹 부친 별세에 조의 표명 가능성 낮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 당시 조의문을 보냈던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별세 소식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인연을 맺었던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 수차례 조의를 표해왔던 북한이 강경일색의 대북정책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냉랭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16일 오전 8시 기준 북한 매체 등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 부친상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 안팎에선 이후에도 북한이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간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0월 31일 부산 남천성당에서 어머니 고 강한옥 여사의 운구행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했을 당시 북한은 직접 조의문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0월 29일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이튿날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의문을 전달했다. 당시 하노이 노딜 이후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덕분에 조의로 이어진 것으로 읽혔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안면이 없고 현재 남북관계 분위기도 냉랭한 상황이다. 이에 북한이 윤 대통령의 부친 별세에 대한 조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 중 북한에 대해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유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의 정신이 중요하다”며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한편 북한은 그간 인연을 맺었던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는 조의를 표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이 전달됐고,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각각 2000년과 2007년에 남북정상회담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은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 남측에 조문단을 보내기도 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별세 당시에는 조문 대신 금강산에 마련된 현대 측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조의를 표한 경우라도 그 직후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무력시위를 단행했다. 남측 지도자에게 예우를 갖추는 애도와 남북관계는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19년 10월 31일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지 3시간 만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또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편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현직 대통령의 부친상은 역사상 처음이자, 부모상은 지난 2019년 문 전 대통령의 모친상 이후 두 번째다. 국내 통계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고인은 윤 대통령의 ‘제1멘토’일 만큼 각별한 부자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교수는 평생 소득 불평등을 연구한 한국 경제학계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연세대를 졸업해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1997년까지 연세대 상경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로 일했다. 한국통계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최근 고령에 지병이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이 장례를 가족장으로 3일간 치르기로 하면서 일반 시민의 조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 말로 남겼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전날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의식이 있을 때 당부한 말이라고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제1 멘토”라고 밝히는 등 애틋함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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