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이유…공간의 근간을 분간
20일까지 갤러리아 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제1전시장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순간'은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IU·이지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첫 미디어아트 전시 '순간,(Moment,)'의 타이틀이기도 한 이 낱말은 아이유 노래의 속성이기도 하다. "내 마음 한켠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 / 영원히 되감을 '순간'이니까"('라일락') 등 '순간'이란 단어가 포함된 노래가 여럿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순간순간'을 스케치하는 듯한 아이유의 붓질하는 음성과 표현력이 모든 시간을 포착해내서 그렇다.
이번 전시에 내걸린 아이유의 대다수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팬덤 '유애나'를 바라보는 사진에 유독 눈길이 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순간'의 다른 말 중 하나는 '이 지금'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유의 곡 제목에도 '이 지금'이 있다. "아니 매우 반짝이는 건 오히려 / 나우 나우 나우(Now now now) /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 눈부셔 아름다워"라고 노래하는 곡이다.
아이유 유튜브 채널 이름도 '이 지금'이다. 본명 '이지은'의 '은(銀)'을 '금(金)'으로 바꿔 만들어진 별명 '이지금'을 내세웠는데 '금(金)'처럼 귀하다는 의미와 함께 지금(Now)이라는 의미가 중첩됐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갤러리아 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제1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미디어 전시는 '이 지금'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특히 그간 팬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히트곡의 초안 버전 가이드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뮤직박스가 이 지금으로 수렴됐다. 어쩌면 지금 음원 형태와는 다른 형질로 공개될 뻔했던 곡들의 뒷얘기는 해당 곡이 갖고 있는 이야기 결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예컨대, '에스닉하게 불러달라'는 작곡가의 요청에 '시간의 바깥'은 정체불명의 언어로 녹음했었다. 아이유 같지 않다는 평이 나와서 포기했지만 처음부터 보컬에 오토튠을 걸고 녹음하려고 했던 '에잇'의 초창기 버전도 들을 수 있다. 또 리드미컬한 부드러운 R&B 사운드의 '팔레트'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선물이다.
스무살 당시 살던 집의 작은 작업실에서 복작복작 녹음한 '드라마'는 아련하고 향수에 젖게 만든다. 스무살의 애환을 담은 리코더 시작해서 코러스 라인까지 아이유는 '가관'인 부분들이 많다고 했지만, 들어보면 장관이다.
또 팬들 사이에서 관심이 컸던 곡 중 하나가 '레옹' 가이드 버전이다. 2015년 MBC TV 인기 예능 '무한도전'의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아이유가 개그맨 박명수와 함께 불러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쓴 곡이다. 신나는 음원과 달리 잔잔한 어쿠스틱 풍인데 아이유는 자신의 앨범에 넣었다면 심심하더라도 이 버전을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모든 가이드가 다 좋았지만 '밤편지'가 백미였다. 아무 계산 없이 원테이크로 부른 이 가이드 버전이 아이유의 '진짜 호흡'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목이 '두 글자'인 신곡은 이 공간이 아니면 먼저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유의 곡들은 언제 어디에서 불렀던 여러 형태로 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아이유가 숨결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리라. 대표적인 예가 남매듀오 '악뮤' 멤버 이찬혁이 작업한 '후라이의 꿈'.
2014년 11월 악뮤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 아이유가 부른 곡인데, 이후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아 아이유와 악뮤 팬덤 사이에선 '전설의 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아이유와 이찬혁 모두 서로의 곡이라고 생각하면서 발매하지 않다가 결국 악뮤의 다른 멤버 이수현에게 아이유가 곡을 물려주면서 정리가 됐다. 결국 이 곡은 악뮤가 21일 발매하는 네 번째 싱글 '러브 리(Love Lee)'에 커플링 곡으로 실린다.
'순간,'의 다른 전시물 역시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공간의 근간을 분간해 총 5개의 구역으로 나눴고 저마다 서사를 분명히 품고 있었다.
첫 번째 공간은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를 이용해 소리를 따라 빛을 표현했는데, 아이유의 지난 15년이 섬광처럼 흐르는 연출이 돋보였다. 두 번째 공간 '순간의 정원'. 아이유 노래 제목이기도 한 '라일락'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그녀가 홀로그램 기술로 등장해 실제 라이브를 불러주는 듯한 생생함을 전했다.
세 번째 공간인 '웨더 갤러리(Weather Gallery)'는 여러 감정의 순간을 날씨 테마에 적용해 꾸몄는데, 아이유의 미공개 사진들이 밝은 햇살처럼 쏟아졌다.
네 번째 공간은 아이유의 가장 편안한 공간인 방을 재현한 '곳간: 추억의 방'. '러브 포엠' 영상이 벽면을 둘러싸고 통기타, 트위티 인형 등 아이유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가득차 있는 공간이다. 아이유의 공간은 천장에 꾸며져 있고 거울처럼 유애나의 공간이 반영돼 있다. 말 그대로 '아이유애나'(아이유+유애나)의 공간인데 이곳 시계 바늘은 9시18분만 가리키고 있다. 아이유는 2008년 9월18일은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미아'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마지막 공간은 관람 중인 팬들이 즉석에서 쓴 손글씨 메시지가 화면을 통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보여지고, 아이유의 답장이 빛처럼 쏟아지는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순간'은 어쩔 줄 없이 흔들리는 삶의 속성을 포착하는 언어다. 노래는 그 흔들리는 삶을 지탱해주는 근간이다. 아이유의 이번 전시 '순간,'은 추억은 익숙한 순간만 모으는 게 아닌, 순간을 분간하면서 살아가면 지나간 추억도 새로워진다는 걸 충분히 알려준다. 이번 전시는 아이유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중 하나다. 오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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