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암사자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 20년 갇혀있다 풀숲서 짧은 휴식 끝 사살 당해”
민간 목장에서 약 20년간 사육돼온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 후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동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물원 역할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권 행동’ 카라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 루디·알렉스 포획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망한 지 불과 3일 만에 또 동물이 탈출·사살되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사순이는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르는 사자였고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맹수라는 이유로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라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시 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는 보호시설은 중소형 동물 수용을 목적으로 할 뿐”이라며 “사순이와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르다 감당하지 못하는 동물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수용·보호하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는 역할을 동물원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원은 동물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소비하는 단순 유락·전시시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앞으로 동물원이 동물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인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날 오전 7시20분쯤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사순이가 관리자가 먹이를 준 뒤 청소를 하기 위해 우리로 들어간 사이 열린 문 틈으로 탈출했다.
해당 목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캠핑장이 있고, 약 70여명의 캠핑객이 머물고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고가 나자 마을 이장은 캠핑장에 연락해 긴급 대피할 것을 요청했고, 오전 7시40분부터 캠핑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인근 마을회관으로 피신했다.
다행히 사자는 목장 인근을 벗어나지 않고, 약 20m 떨어진 풀숲에 앉아 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과 구조당국은 고령군 소속 엽사 등과 함께 1시간10분 만에 사순이를 발견해 사살했다. 구조당국은 ‘포획’과 ‘사살’을 두고 고민했지만, 주변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사살’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탈출한 암사자가 나무 뒤쪽에 있어 마취총이 오발 날 가능성도 있었다”며 “마취총에 맞더라도 바로 쓰러지는 것도 아니어서 사자가 도주했을 경우 민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포획 현장에 있었던 한 소방대원은 “사살 결정을 내릴 때까지도 (사순이가)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며 “인명피해 우려로 사살 결정이 내려졌지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사순의 사육 환경도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라는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 있었다”라며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야생에서의 행동을 할 수 있게해주는 것) 도구 등 사순이의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어떤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다”고 지적했다.
1년 전 해당 목장을 인수했다는 목장주 강모씨는 연합뉴스에 “평소 사람이 손을 대고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라고 사순이에 대해 전했다.
노후 준비를 위해 1년 전 농장을 임차해 소사육을 준비해왔다는 그는 “인수 당시 사자를 키우기에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려워 환경청, 동물원에 처리를 문의했으나 나이가 많고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거절 당했다”며 “지금은 법이 개정돼 맹수를 못키우지만 20여년 전 새끼를 들여와 키울 때는 애완용으로 허용된 것 같다. 멀쩡히 살아있는 놈을 죽일 수도 없고 보호차원에서 관리할 수 밖에 없었다. 키우고 싶지 않았지만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라고 사자를 사육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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