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압박 받는 북, 월북 미군 앞세워 "인종차별"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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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북한은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로 국제사회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이 흑인인 킹 이병을 앞세워 미국이야말로 반인권 국가라는 여론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킹 이병이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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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북 인권 안보리회의' 소집 요청 의식한 듯
전문가 "미 내부 인권상황 비판하며 역공 가할 것"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6일 북한은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로 국제사회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이 흑인인 킹 이병을 앞세워 미국이야말로 반인권 국가라는 여론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킹 이병이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킹 이병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반감을 품고" 월북을 결심했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킹 이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공개 언급이다.
'중간조사결과' 제목으로 나온 이번 발표는 일단 미국사회의 불평등과 인종차별 등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이 최근 한국, 일본과 함께 유엔에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을 염두에 뒀다고 보인다. 안보리가 북한인권회의를 열면 2017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북한은 전날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 명의 담화에서 "자국사회에 만연하는 인종차별, 총기류범죄, 아동학대, 강제 로동행위들을 묵인 조장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들에 반인륜적인 인권기준을 강요하며 내부 불안정과 혼란을 조장하는 미국"이야말로 "범죄국가"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인종차별을 일삼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킹 이병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른 시간 내 유엔사 측과 대화하거나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은 낮다"며 "추가적인 조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미국 내부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면서 역공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킹 이병을 체제선전에 활용하면서 대미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복무 중 탈영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40년 만에 풀려난 찰스 젠킨스, 군사재판 전 월북해 북한에서 사망한 제임스 드레스녹 등 월북 주한미군이 선전 도구로 쓰인 전례가 있다.
통신이 조사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명시한 점으로 볼 때 북한은 킹 이병을 잡아두고 활용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조사' 방식으로 일단 기초 정보를 제공했으니 '결론'을 위한 협상 조건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졌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단기적으로 선전용, 중기적으로 협상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18일 한미일 정상간 회동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을 희망 혹은 대비하는 차원에서 문제 해결의 키를 자신들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특사로 보내곤 했다. 다만 해당 억류자들은 북중 접경지대에서 취재나 종교활동을 하다가 본인 의사에 반해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라 킹 이병과 다르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3년 넘게 봉쇄하고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킹 이병 관련 북한 보도에 대한 뉴시스 서면질의에 "(북한 보도가 사실인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 정부가 킹 이병을 제네바 협약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전쟁포로로 분류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북한은 모두 전쟁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하도록 한 '전쟁 포로의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 서약국이다. 미 정부 내에선 킹 이병이 전투 중에 붙잡힌 게 아니라 민간여행사의 관광프로그램에 따라 사복 차림으로 JSA를 견학하던 중 본인 의지로 월북했단 점에서 전쟁포로로 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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