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실, '친박' 탈당에 "주저앉힐 대응 강구"

금준경, 박서연 기자 2023. 8. 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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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선 보도 모니터 친박 대응방안 언급 등 선거 개입 정황
정연주 KBS 사장 등엔 선거 역풍 고려하며 "조용하게 처리"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소속된 대변인실에서 '한나라당 공천 관련' 언론 보도 모니터 문건을 작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통상적인 대변인실과 청와대 업무 범위를 넘어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는 정황이 담겨 있다. 정연주 KBS 사장 등 이전 정부 인사에 대해선 “총선에서 견제론 필요성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가급적 조용하게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대변인실이 정연주 사장 해임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총선을 앞둔 시점인 2008년 3월15일 이동관 대변인이 소속된 대변인실은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은 한나라당 공천 등 현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제출 받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의 청와대 재직 당시 소속 부서의 공문 내역을 미디어오늘이 분석했다.

대변인실, 선거 판세 분석하고 “무소속 주저앉힐 대응 강구”

대변인실은 이 문건을 통해 “공천 물갈이는 긍정평가, 한나라당 갈등은 부추기는 양상”이라며 “총선 앞둔 정치권의 물갈이 공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정작 언론들은 친이 친박 생존게임 위주로 보도하며 양측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변인실은 “일부 언론과 공천탈락자들은 청와대의 공천 개입설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상득 의원의 거취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 뒤 “영남지역 탈락자들의 탈당·무소속 출마가 현실화 될 경우, 최근 인사파동에 따른 여론악화와 맞물려 선거판세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대변인실이 작성한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

대변인실은 대응 방안으로 “탈락자 출마에 따른 정밀한 민심동향 파악이 필요하며, 무소속 출마를 주저앉힐 수 있는 적절한 인사 대책을 강구할 필요”라고 썼다.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를 '주저앉힐 수 있는'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쓴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 집권 직후 친이계 중심 공천이 이뤄져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대변인실에서 정부 및 대통령 관련 언론 모니터를 하는 건 통상적 업무이지만 선거와 관련한 보도를 분석한 후 무소속 출마자에 관한 대응을 논의한 건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선거 보도를 모니터하고 선거 개입성 조치를 논의했다는 정황을 드러낸다.

당시 공천에 탈락한 친박계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은 '청와대 공천개입'을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부인했다. 2008월 3월14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개입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정연주 KBS 사장 등에 “총선 빌미 안 되게 조용히 처리해야”

해당 문건에는 '공공기관 인적쇄신' 항목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의 '처리'를 언급한 내용도 있다.

대변인실은 '과거정부 인사 퇴진론,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고 했다. 대변인실은 “안상수·유인촌·이윤호 장관 발언에 이어, 공공기관 업무감사, 직무평가, 업무보고 참석 불허,살생부 명단 작성 등 보도의 방향이 흥미 위주로 증폭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은 공공기관장 자진사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라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을 '여권지지'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을 '여권 비판'으로 분류했다. 대변인실은 '여권지지'로 분류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설 내용을 요약해 “KBS 사장 등 편파적 정치성·무능한 인물의 퇴진 요구”라고 전했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대변인실이 작성한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

이와 관련 대변인실은 “공공기관 기관장의 인적쇄신은 집권철학이 반영된 국정운영을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나, 이에 대한 국민적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고, '승자독식의 밀어붙이기'라는 야권의 공세로 인해 오히려 '동정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대응 방안으로 “낡은 사회 잘못된 인식 '뿌리뽑기'라는 패키지 홍보로 실용노선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임을 강조”와 “총선에서 견제론 필요성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가급적 조용하게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이 KBS이사회의 독립적 논의의 결과가 아니라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동관 대변인이 소속된 대변인실 차원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에 관여한 정황을 드러낸다.

해당 문건 언론1비서관 작성… 업무절차상 대변인 보고

해당 문건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각 수석에게까지 보고되는 내용이다. 이정문 의원실이 함께 입수한 '언론보도 점검 및 대응 방법 매뉴얼'(2008년 3월 작성) 문건에는 대변인실이 전날 방송 및 당일 조간신문 보고를 취합한 다음 오전 8시 수석회의에서 대변인이 언론보도 모니터 내용을 중심으로 주요 사안을 보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의 작성자는 대변인실 언론1비서관이다.

▲ 2008년 3월'언론보도 점검 및 대응 방법 매뉴얼' 문건

이와 관련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관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언론장악뿐만 아니라 당무까지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성도 지키지 않았던 이 후보자가 고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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