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언급' 왜 한 달이나 걸렸나…北, '월북 미군' 사건 장기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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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으로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 사건과 관련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이 사건을 인권문제와 관련한 대응 선전용 수단으로 활용하며 길게 끌고 갈 의도를 내비쳤다.
이날 북한은 킹 이병과 관련한 조사가 계속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서도 북한이 당장 킹 이병의 신변처리 문제를 결정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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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이병 학대받았다" 주장…인권문제 대응 선전전 활용 가능성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으로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 사건과 관련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이 사건을 인권문제와 관련한 대응 선전용 수단으로 활용하며 길게 끌고 갈 의도를 내비쳤다.
북한은 16일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와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북미) 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게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 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면서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보도는 7개 문장의 짧은 글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언급치고는 진전된 결과나 향후 계획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기존 유엔군사령부(UNC)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확인한 킹 이병의 구금 사실 외에는 추가된 부분은 킹 이병이 '학대와 차별'을 받아 월북했고 궁극적으로는 망명을 원한다는 북한의 주장 뿐이다.
북한은 "조사 과정에서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면서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북한)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군 내 학대'나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킹 이병의 '진술'을 전한 것은 남측에서 제기된 그의 월북 사유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킹 이병은 주한미군 근무 때 폭행 등 각종 사고에 자주 연루돼 두 달가량 구금되는 등 문제를 자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징계 대상이 돼 한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월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보도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문제로 비난을 받을 때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 미국의 인권 문제를 역으로 지적했는데, 이번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보도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인권 관련 공개회의 개최를 요청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는 17일(현지시간)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데, 회의가 열린다면 6년 만에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인권을 논의하게 된다.
북한은 전날인 15일에도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의 명의의 담화를 통해 "공화국은 미국의 비열한 '인권 소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 엄중한 도전으로 낙인하고 이를 단호히 규탄배격한다"라고 비난했다.
이날 북한은 킹 이병과 관련한 조사가 계속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서도 북한이 당장 킹 이병의 신변처리 문제를 결정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 사건을 이슈화하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미일 정상 간 회동을 앞두고 결론 없이 조사 결과의 일부만 공개한 것은 한미일 회동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을 희망 혹은 대비하는 차원"이라면서 "문제 해결의 키(Key)를 자신들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주문하는 성격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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