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LG에 심리적 거리는 KT가 가장 가깝다

이강철 KT 감독이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미소짓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LG는 8월로 접어든 뒤로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15일 현재 2위 SSG와 6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두 팀이 극단적 연승과 연패의 희비 쌍곡선을 그리지 않는다면, 짧은 시간 안에 대폭 달라질 구도는 아니다. 다만 LG는 오로지 SSG만 주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SSG 이상으로, 8게임차 거리의 3위 KT가 신경 쓰일지 모른다.

페넌트레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단 안팎에서는 최후의 무대에서 시즌 정상을 다툴 상대에 대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떠올릴 만한 시점인데 최근 흐름 변화를 보자면, LG로서는 KT를 여러 도전 세력 중 하나로만 분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KT가 그만큼 강하다. 어느 팀이라도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월간 또는 주간 성적으로 대변되는 구간별 페이스에는 부침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KT의 강세는 굉장한 지속성을 보인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정리하기에는 오름세에 지구력이 동반돼 있다.

일단 후반기 페이스가 승률 0.810(17승4패)으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KT가 발동을 건 시점은 이미 한참 전이다. KT는 지난 6월부터 월간 승률 1위(0.652)를 기록하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6월 이후 54경기에서 기록한 승률이 0.704(38승16패)로 역시 동일 기간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6월 이후 성적으로는 30승1무19패로 승률 0.612의 LG를 오히려 앞선다.

KT는 구단 소식을 부상 선수 이야기로 채운, 지난 5월까지는 승률 0.356(16승2무29패)로 최하위였는데 재정비를 시작한 뒤로 드라마보다 극적인 변화를 가져간 것이다. KT는 6월 이후 평균자책 1위(3.84), 팀타율 1위(0.283), 팀 OPS 3위(0.743) 등으로 부문별 지표에서도 견고함을 보인다.

KT 선수들이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금 눈앞 승부만 보자면, 2게임차까지 좁혀진 2위 싸움이 더 뜨거워진 흐름이다. KT 역시 우선은 2위로 올라서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팀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2위를 1차 타깃에 두고 있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포스트시즌 구조에서는 2위로 올라간다면, ‘대권’을 노려볼 만한 상황도 만들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팀 상대성을 고려해도, KT는 상당히 까다로운 인상을 준다. LG와 KT의 올시즌 상대 전적은 5승5패. KT가 팀의 기반을 다시 다진 6월부터는 2승3패로 LG가 살짝 밀리기도 했다. 앞으로 두 팀은, 6차례 맞대결을 더 남겨놓고 있다.

SSG와 KT의 2위 다툼은 이미 순위싸움 쟁점이 돼 있다. 그런데 SSG에게도 KT는 대체로 불편한 팀이다. 올시즌 4승8패로 밀리면서 상대성에서 약세인데 향후 4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게 한편으론 부담일 수 있다.

LG는 지난달 29일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 최원태를 영입하며 올시즌 우승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 올해야말로 우승 깃발을 잡기 위해 다음이 없는 총력전에 돌입해 있다. 언제든 다시 이겨내야 할 상대를 쳐다보자니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KT가 우선 보일 만한 계절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