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저 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박준배 기자 2023. 8.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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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재차 묻게 되는 요즘, 그 질문에 온몸으로 답을 해 온 한 선생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꿈이 생긴 아이들이 그 해 10월, 박 선생의 집을 떠나며, 또 다른 '문제 학생'들을 데려왔다.

그렇게 박 선생은 '공동학습장'을 만들었고,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를 돌봤다.

책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영화 같았던 교사 생활 이야기와 위기의 아이들을 지키며 고뇌하고 성찰한 인간 박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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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명 아이들과 함께한 무모한 동거, 그 뒷얘기
박주정 교장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출간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책 표지.(김영사 제공)/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재차 묻게 되는 요즘, 그 질문에 온몸으로 답을 해 온 한 선생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학교 교장은 16일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김영사)을 펴냈다. 교사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 학생들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일깨우는 책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1992년 광주의 한 실업계 고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이른바 '문제학생'이라고 불리던 8명의 아이들이 "하룻밤만 재워 달라"며 그의 열 평짜리 아파트에 찾아왔다. 하루, 이틀…아이들은 방과 후 매일 밤 찾아오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박 선생은 받아들였다. 그의 세 식구가 살기에도 집이 비좁았으나 아이들을 길바닥에 내쫓을 수는 없었다. 아내는 매일 도시락 8개를 쌌고, 박 선생과 아이들은 같은 집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그렇게 시작한 동거는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소위 '문제 학생'으로 불렸던 학생들은 박 선생의 집에서 함께 공부하며, 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7등까지 석권했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대학 진학을 꿈꾸게 됐다.

"신기했다. 새벽 4시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심 먹고는 그 돈으로 학원을 다니는 기적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두 명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자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해, 나 역시 사람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을 때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의 항해사처럼 그들에게 항로를 안내하고 인생의 빛이 되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나의 책무라는 것도 깨달았다."-65쪽(대학에 간다고?)

꿈이 생긴 아이들이 그 해 10월, 박 선생의 집을 떠나며, 또 다른 '문제 학생'들을 데려왔다. "우리는 이제 사람 되었으니 이 친구들을 사람 좀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박 선생은 대출을 받아 광주 외곽에 있는 방 다섯 칸짜리 폐가를 전세로 얻었다.

박 선생은 "'나마저 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더 많은 아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선생은 '공동학습장'을 만들었고,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를 돌봤다. 그의 첫 차 빨간색 프라이드에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와 공동학습장을 오갔다.

이후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2004년부터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했다.

그해 학교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위탁교육시설 '금란교실'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2008년에는 학교부적응 학생과 학업중도탈락 학생을 전담 교육하는 대안학교 '용연학교'를 설립했다. 용연학교의 성공은 학교부적응 고등학생을 위한 장기위탁대안학교 '돈보스코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5년엔 자살 등 위기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국내 유일 24시간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창설해 초대 단장을 맡았다.

박 교장의 사연은 CBS '세바시'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새롭게 하소서'는 유튜브 조회수 170만뷰를 기록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책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영화 같았던 교사 생활 이야기와 위기의 아이들을 지키며 고뇌하고 성찰한 인간 박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지나온 발자취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이지만 10년 세월을 함께했던 '707'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707명의 아이들은 중년이 되었지만,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를 통해 "사랑의 실천적 나눔과 봉사라는 말도 너무 흔해 어느새 빛이 바랜 요즘, 박주정 선생님이 지난 수십 년 간 '당연한 의무인 양' 실행해온 헌신적인 일들은 읽는 이에게 감동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며 "지금 여기 나부터 늦지 않게 마음을 내어 무언가 좋은 일을 시작하고 싶게 만든다"고 말했다.

박주정 선생은 광주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거쳐 2023년 현재 광주 진남중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 교장.(박주정 교장 제공)/뉴스1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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