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앉아있다 사살된 사순이·갈비뼈 보인 바람이…“동물원 바뀌어야”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른 수사자 ‘바람이’에 이어 한 민간 목장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까지 동물들의 열악한 사육 환경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형 야생동물 보호 시설을 마련하고 동물원의 역할이 ‘전시시설’에서 ‘보호시설’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는 14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 루디·알렉스 포획 과정에서 한 마리가 죽은 지 불과 3일 만에 또 동물이 탈출·사살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카라는 사순이를 길러 온 목장주의 말을 인용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랐다”며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도 끝난 상황에서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 있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 있었다. 그간 감금돼 살아왔을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 도구 등 사순이의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어떤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다”며 “탈출 후에 목장 바로 옆의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에 몸을 뉘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카라는 사순이의 목장 내 사육이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순이는 개체수가 250마리 미만에 불과한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으로, 현행법상 이 같은 멸종위기 야생 동물에 대한 개인 사육이 금지돼있다. 카라는 “해당 법령은 2005년 제정돼 2005년 이전부터 사육되던 사순이의 경우 법령을 소급 적용할 수가 없었다”며 “사순이는 지금껏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개인의 소유로 합법 사육돼온 것”이라고 했다.
카라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시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고민은 ‘야생동물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라는 답으로 귀결된다”며 “그러나 환경부에서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 두 곳은 중소형 동물의 수용을 목적으로 한 시설로, 현재 대형 야생동물을 수용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순이와 바람이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는 이런 리스크를 동물들의 고통과 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아슬아슬하게 감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간 동물원이 동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소비하는 시설에 불과했다며 “더 이상 동물의 고통을 양분 삼는 돈벌이 시설이 아닌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인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북 고령의 한 목장에서 길러진 사순이는 14일 오전 7시24분쯤 우리 문이 열린 사이 빠져나와 목장에서 20m 떨어진 숲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후 사순이는 20분 정도 숲속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했으나 경찰과 소방본부는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살을 결정, 동행한 엽사가 엽총을 발포했다. 총에 맞은 사순이는 탈출한 지 1시간10분 만에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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