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줘서 고맙다”…尹대통령 ‘제1멘토’ 부친 마지막 인사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 부친 윤 명예교수가 향년 92세 일기로 지난 15일 별세한 가운데 살아있을 때 각별했던 부자지간의 일화가 관심을 모았다.
16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교수가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직후 윤 교수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직행해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 도착 20분 뒤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기 전이던 2021년 4월 당시 부친인 윤 교수를 부축하며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들어서는 등 윤 대통령은 부친과 돈독한 사이를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는 한국통계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경제학계 거목(巨木)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가치관과 국정 철학 정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이 컸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유독 엄하게 윤 대통령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공부 안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며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였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 몸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학교 시험 성적을 나쁘게 받으면 모친 최성자 여사에게 크게 혼날까봐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했던 윤 교수 퇴근을 기다리며 집 밖을 서성였다고 한다.
윤 교수는 고교를 졸업한 윤 대통령과 친구들을 연희동 자택 지하실로 불러 ‘마패’라는 국산 브랜디를 따라주며 직접 ‘주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학창 시절 은사들에게 유독 깍듯했던 배경에는 과거 스승들을 매주 한 차례씩 초청해 식사를 대접한 윤 교수의 정성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윤 교수의 빈소는 고인이 재직한 연세대의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윤 대통령은 17일 발인을 치른 뒤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다.
한편, 부친 빈소에는 정계와 종교계 등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가족장으로 최소화해 진행하고 조화와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화도 전직 대통령과 정당 대표 조화만 받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윤 교수님께서 평소 윤 대통령 지도를 많이 하셨는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천하시지 않았을까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조문이 이어진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4역’만 조용히 조문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이날 저녁 조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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