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마스크걸', 고현정부터 나나까지 파격의 연속...아쉬운 3인 1역 유기성

최보란 2023. 8. 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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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현정 씨부터 안재홍 씨, 염혜란 씨, 나나 씨가 새 가면을 쓰고 변신의 향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극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의 웹툰(글 매미·그림 희세)이 원작이다.

각색과 연출은 장편 데뷔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김용훈 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매회 화자가 달라지는 멀티 플롯 방식 구성을 통해 각 캐릭터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다면적인 주제를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매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1회 마스크걸로 활동하는 김모미의 사연 뒤에 2회 그녀의 광팬이자 직장 동료인 주오남(안재홍 분)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3회에는 주오남의 죽음 이후 용의자 마스크걸의 뒤를 쫓는 엄마 김경자(염혜란 분)가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평범했던 직장인이 연쇄 살인마가 되는 과정을 반전을 지닌 인물의 등장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냈다.

새 인물의 시각에서 앞서 나온 에피소드에 살이 붙으며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인생사가 펼쳐지는데, 어느 하나 상처와 실수 없었던 삶이 없다. 보는 이로서는 경멸과 연민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로 인해 인물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예측하기 어려운 스토리가 더해져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을 선사한다. 캐릭터의 과거를 압축해 현재의 시점에 버무리는 빠른 전개도 장점이다.

마스크걸을 연기한 세 명의 배우들도 눈길을 끈다. 고현정 씨와 나나 씨 그리고 신인배우 이한별 씨가 3인 1역에 캐스팅돼 인터넷 방송 BJ, 쇼걸, 교도소 수감자로 세 인생을 사는 김모미를 완성했다. 3명의 배우가 차례로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 또한 극적으로 바뀐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위기와 벗어나려 발버둥 치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김모미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김모미와 캐릭터의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지만, 얼굴이 바뀌어도 한 인물임을 인지할 만한 특성이 명확하지는 않다. 원작 속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 뒤에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고 싶은 욕망이 맹렬하다. 성형 후 연예인이 될 기회를 얻게 되자, 살인 혐의로 쫓기는 처지에도 장밋빛 미래를 꿈꿀 정도다.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조차 성형 부작용에 대한 걱정과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때문에 얼굴이 바뀌어도 동일 인물이라는 데 위화감이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얼굴이 바뀔 때마다 변화된 상황 속에서 김모미의 새로운 면모가 그려진다. 반전의 묘미는 있으나 캐릭터의 정체성은 다소 희석된 느낌이다. 얼굴과 이름이 바뀌었어도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자연스럽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각자의 사연까지 보여주려다 보니 김모미의 이야기가 축소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이는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나아가 몰입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운 가면을 꺼내 쓴 배우들의 변신이다. 고현정 씨는 후반부인 6회에서야 등장하지만 존재감이 강렬하다. 화장기 없이 푸석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빛으로 오랜 교도소 수감 생활에 초연해진 김모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나나 씨는 성형 후 꿈꾸던 외모를 갖게 된 뒤 쇼걸로 새 인생을 시작한 모습부터 교도소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만의 집요함으로 응수하는 모습까지, 김모미의 외면과 내면 모두 변화 폭이 가장 큰 시퀀스를 다채로운 연기로 잘 이끌었다.

마스크걸의 광팬 주오남을 연기한 안재홍 씨 또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우선 원작 속 캐릭터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비주얼로 놀라움을 안겼다. 주로 엉뚱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호감형 캐릭터를 연기해 온 안재홍 씨는 집착과 망상에 사로잡힌 주오남을 연기하며 소름 돋는 반전을 선보였다. 낮에는 존재감을 감추길 원하지만 밤에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주목받길 원하는 주오남의 이중적인 면모 또한 실감 나게 연기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들의 죽음 이후 마스크걸을 쫓는 김경자 역의 염혜란 씨다. 김경자는 세대, 종교, 신념을 뛰어넘는 추격전을 벌이고, 결국 마스크걸처럼 성형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복수의 과정에서 단순히 모성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 자신의 치부이면서 전부이기도 했던 아들의 죽음 앞에서 내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처절한 복수의 여정에서 다소 허무맹랑한 상황들도 있지만, 염혜란 씨의 연기 덕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런 김경자의 활약은 전개에 있어서도 가장 큰 변수들이 된다.

김모미를 연기한 또 다른 주역 이한별 씨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극의 도입부를 여는 이한별 씨는 캐릭터와 싱크로율 높은 비주얼과 신인임에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이후 행보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다만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김모미의 광기를 연기함에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김모미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매회 화자가 달라지면서 그 경계는 더욱 불분명해진다. 뻔한 권선징악을 피하거나 제3자의 입장에서 이들을 목격하길 원한 연출자의 의도일지도 모르겠으나, 인물들에 대해 양가감정을 지닌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결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 진다.

'마스크걸'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희열과 경멸, 파멸을 겪게 되는 김모미의 인생 스토리는 18일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넷플릭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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