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줘서 고맙다”…‘제1멘토’ 임종 지킨 尹대통령
노환으로 입원 치료…尹도착 20분 만에 별세
尹 “아버지가 제1 멘토” 애틋함·존경심 드러내
국내 통계학·경제학 분야에 큰 족적 남긴 거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현직 대통령의 부친상은 역사상 처음이자, 부모상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 이후 두 번째다. 국내 통계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고인은 윤 대통령의 ‘제1멘토’일 만큼 각별한 부자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 말로 남겼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전날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 직전에 한 말은 아니고 최근 의식이 있을 때 당부한 말이라고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했지만, 행사 직후 고인이 노환으로 입원해 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부친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병원에 도착한 지 20분 만에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최근 (윤 교수의 상태가) 안 좋기는 했다”며 “(윤 대통령이) 광복절 행사를 마치고 미국에 가기 전 뵈러 가려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제1 멘토”라고 밝히는 등 대통령 취임 전후로 부친에 대한 애틋함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윤 대통령이 2021년 대선 출마를 고심할 때도 윤 교수가 고(故)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소개해 조언을 듣도록 하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인 2021년 4월엔 부친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 투표를 하고, 지난해 6월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로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축사를 한 연세대 졸업식에선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졌다”고 회고했다.
또 지난 3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아직도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는 구니타치시가 눈에 선하다”며 “우에노역에서 기차를 타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아버지의 아파트로 갔다”며 부친의 유학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국내 통계학과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한국에서 통계학이란 학문을 사실상 출발시킨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윤 교수는 통계학에 기반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추이와 경제 성장 관계를 연구해 경제학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과와 응용통계학과 교수들의 경우 상당수가 윤 교수의 제자로, 전날에도 다수의 제자들이 조문을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통계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고인은 2001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정됐고, 2018년엔 한국경제학회에서 시상하는 ‘신태환학술상’을 수상했다. 신태환학술상은 한국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활력 고취와 경제학 발전 기반 구축을 위해 한국경제학회 신태환 초대 회장의 이름을 따 제정된 상으로, 2012년부터 2년 주기로 이론 분야 학자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윤 교수는 자신에겐 엄격한 원칙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제자들에게는 너그러운 스승이었다.
석사 학위만으로 교수를 할 수 있던 1950~1960년대 윤 교수가 석사 학위만 있는 교수들을 위해 간단한 논문만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구제(舊制) 박사’ 제도를 “그런 식으로 학위를 받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생 때 공부를 소홀히 하며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했다 윤 교수에게 크게 혼난 일화를 소개하며 “아버지 또한 원칙을 중요시하는 분이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의 제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자들에겐 자애로우시고 본인한테는 엄격했던 분”이라며 “제자들이나 후배들이 밥값은 절대 못 내게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제가 유학 장학금을 받게 됐을 당시 윤 교수께서 본인 일처럼 기뻐하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 줬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며 “윤 교수님은 학교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기부하셨고, 지난 5월 퇴임 교수 행사 때도 기부하셨다”고 전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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