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 물총놀이, 점심땐 피구… “아이들 스스로 수업 꾸며요”[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교과에 게임·AI프로그램 적용
학생들이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쉬는 시간에 신청곡 틀고 댄스
등교땐 다양한 음악 같이 듣고
아침활동으로 ‘꽃 사전’ 만들기
“열심히 놀면서 즐겁게 배워요”
“아이들이 직접 수업을 꾸려나갈 기회가 우리 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함과 보람을 선사해 줍니다.” 박예섬(23) 경기 덕정초 교사는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다채로웠던 지난 한 학기를 회상했다. 그는 “과학 시간에 키우는 강낭콩이 다 크면 삶아 먹으며 소감을 나누는 활동을 해보고, 수학 시간엔 다양한 규칙을 이용해 만들고 꾸민 종이비행기로 대회를 개최하는 등 아이들 요구에 수업 시간이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다”고 웃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을 구성해나가기 시작한 건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학기 초부터 이어진 박 교사의 노력 덕분이다. 박 교사는 ‘재미있게 공부하고 열심히 놀자’는 교육철학 아래 교과 수업에 트렌드를 더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업에 접목시켜 즐거운 수업을 만들고 있다”며 “즐거운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업에 활용되는 소재와 재료를 교사가 먼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즐겨 하던 ‘네모네모 로직’ 게임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의 흥미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인공지능(AI) 그림 프로그램 ‘드림 바이 웜보’, 웹사이트 기반의 음악 프로그램 ‘크롬 송메이커’를 교과서 수업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여름 방학 직전 체육시간에 진행했던 물총놀이도 기억에 남는다”며 “모두가 흠뻑 젖어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쉬는 시간과 놀이 시간 ‘우리 반 플레이리스트’에 적힌 신청곡을 재생해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교실을 만든다”며 “점심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피구 경기를 하면서 교실 구성원 모두 열심히 놀 수 있는 교실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교실의 여건상 불가능한 요구도 있지만, 박 교사는 함께한 1년이 아이들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들의 제안을 최대한 수업에 반영하고 있다. 학창시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범생’ 그 자체였던 박 교사는 “공부 열심히 하고, 교칙 어기지 않고, 시키는 것은 군말 없이 해내는 학생이었기에 학창시절이 재미있지 않았다”며 “이 부분이 아쉬움으로 작용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만큼은 즐거운 1년을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즐겁게 배우고 열심히 놀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체득하고 행복함을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학급’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박 교사의 교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는 바로 ‘꽃’과 ‘음악’이다. 매일 다른 종류의 음악이 등교 시간에 함께하는데, 클래식·재즈·요즘 유행하는 가요의 피아노 연주곡, 애니메이션 OST 등 다양하다. 또 아이들이 아침마다 꽃을 보며 잔잔한 마음으로 아침을 열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화를 활용한 ‘아침 활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격주로 바뀌는 꽃을 관찰하고, 꽃말과 하고 싶은 말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해 ‘나만의 꽃 사전’ 공책에 작성하는 방식이다. 박 교사는 “1년이 지나면 최소 10종류의 꽃을 정리한 화첩이 되는 것”이라며 “글쓰기 연습도 되고, 감수성 함양에도 도움이 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고 싶은 활동”이라고 했다. 그는 “변화하는 꽃의 모습을 대화 소재로 삼는 아이들을 보며 큰 감동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사는 인터뷰 중에 줄곧 ‘책임과 배려’를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 그리고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라며 “매일 하교 전 자기 자리는 스스로 쓸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대화로 온전히 해결하고, 자신의 것을 기꺼이 친구와 나눌 수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학창시절 ‘선생님은 너희를 사랑한다’는 것을 따스한 눈빛과 행동으로 몸소 알려주신 선생님들의 모습이 귀감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수업 게임을 진행하고 매월 생일자에게 짤막한 손편지로 진심을 전하는 것은 이때 받은 감동이 바탕이 된 듯하다”며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나를 사랑해주셨던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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