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 EY 지분인수 검토"…글로벌 회계업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20여년 전 아서앤더슨 붕괴 이후 최대 지각변동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전 세계 4대 회계법인 EY의 컨설팅 부문 지분을 사들여 별도 상장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EY 사업부가 최종적으로 쪼개지면 글로벌 회계업계가 ‘빅4’ 구도로 재편된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지각변동이 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TPG는 최근 내부 보고용으로 올린 서한에서 EY의 컨설팅 부문과 감사 부문을 분리하기 위한 부채와 지분 거래 계획을 밝혔다. TPG는 “다른 재정적 후원자의 참여 없이 자사가 운용 중인 펀드와 출자자(LP)들만으로도 (지분 인수에) 필요한 금액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매우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TPG는 약 1370억달러(약 183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5대 PEF 운용사다.
TPG는 EY의 컨설팅 사업부 지분을 사들여 추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PG는 해당 서한에서 EY 컨설팅 사업부의 가치를 액수로 명시하진 않았다. 감사 사업부는 기존의 소유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TPG는 해당 분사를 통해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해 상충 제한에 묶여 감사 고객을 상대할 수 없던 컨설턴트들이 영업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란 논리였다.
이런 이유에서 EY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컨설팅 사업부를 즉시 기업공개(IPO)하는 방식으로 분할하는 일명 ‘에베레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정보기술(IT) 산업 호황으로 IT 기업 대상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EY는 약 19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매년 약 250억달러(약 33조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까지 EY의 연간 총수익은 454억달러(약 61조원)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난 4월 내부 반발로 끝내 좌초했다. 미국 법인의 일부 경영진이 재정 문제를 내세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TPG는 자사의 제안이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할 것”이라면서 “에베레스트 프로젝트에 비해 자본 조달 리스크도 낮다”고 주장했다. 자체 분사 과정에선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무 부문 대부분을 독립된 컨설팅 사업부로 옮기려 해 미국 법인으로부터 반발을 샀던 에베레스트의 구상과 달리, TPG는 세무 사업부의 분할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TPG는 “세무 사업부 분할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유연하다”며 “(분할 후) 감사 회사에 세무 사업 대부분이 남아있는 것도 문제없다”고 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20여년 전 아서 앤더슨의 붕괴로 글로벌 회계업계가 ‘빅5’에서 ‘빅4’ 구도로 재편된 이후 최대 지각변동이 될 전망이다.
다만 FT는 TPG의 움직임이 “에베레스트 프로젝트 좌초 이후 잠잠했던 내부 분열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TPG의 제안이 성사되기 위해선 각국 파트너들이 각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EY 법인들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에베레스트 프로젝트가 철회된 뒤 EY의 지배 구조는 불안정해진 상태다. 분사 프로젝트를 지지했던 카르마인 디 시비오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책임을 지고 내년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의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달 말 EY의 미국 법인은 전체 인력의 5% 수준인 3000명가량을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TPG는 인수 거래 협상을 위해 EY에 90일간의 기한을 제시했다. EY가 이에 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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