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전이 유방암, '약제 내성' 해결 실마리 찾았다

권대익 2023. 8.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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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연구팀, 전이 유방암 환자 89명 분석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은 여성암 1위일 정도로 많이 발생한다.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높지만 전이·재발하면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7개월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유방암은 10년 뒤에도 재발·전이 위험이 높은 ‘꼬리가 긴 암’으로 통한다.

대한외과학회지(2023년 1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방암 환자의 12.3%(N=335)가 재발했다.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은 치료 20개월 시점에서 재발이 가장 많았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25%에서 나타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 증식·전이가 활발하고 재발이 빠르다.

또한 유방암의 가장 흔한 유형은 ‘호르몬 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유형으로 전체의 63.1%를 차지했다. 이같은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도 비교적 예후가 좋고 호르몬 억제 치료로 양호한 효과를 보인다.

다만 공격적인 유형의 재발·전이성 유방암에서는 호르몬 저항성이 문제였는데 최근 이 같은 내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삼성유전체연구소 박경희 연구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이경훈 교수, 화이자제약 정옌 칸(Zhengyan Kan) 박사 공동 연구팀이 재발·전이성 유방암에 쓰이는 표적 치료제 ‘팔보시클립(제품명 입랜스·한국화이자제약)’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특징을 유전체 분석한 결과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게놈 메디신(Genome Medicine, IF=15.266)’ 최근호에 실렸다.

팔보시클립은 암의 생장에 관여하는 CDK4(cyclin-dependent kinase 4)와 CDK6(cyclin-dependent kinase 6)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유방암 중 가장 흔한 HR+/HER2- 유방암에 내분비 요법과 함께 쓰여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가져왔다

전이·재발암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지만 환자 4명 중 1명(25%) 꼴로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응이 있더라도 내성 탓에 병이 진행되는 한계도 뚜렷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2017~ 2020년 전이·재발해 팔보시클립과 더불어 풀베스트란트,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투여받은 환자 89명의 종양 조직을 NGS 분석을 통해 내성의 주원인을 밝혀냈다.

환자들에서 얻은 종양 조직과 혈액을 치료 전과 치료 중, 그리고, 병이 진행된 치료 후로 나눠 RNA 시퀀싱, 전장 엑솜 시퀀싱(WES)을 거쳐 무진행 생존(PFS)에 영향을 준 정도를 비교해 얻은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5세로 PFS의 평균값은 15개월이었다. 환자의 72%에서 병의 진행이 관찰됐다.

전이·재발된 HR+/HER2- 유방암 환자에서 내성을 보이는 경우 치료 전과 다른 분자적 특징들이 새로 발견됐다.

연구에서는 상동 재조합 결핍(HRD)과 호르몬 에스트로겐 반응으로 인한 유전체 반흔(Genomic Scar)을 환자 예후를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 꼽았다.

HRD는 세포 내에서 손상된 DNA의 수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전성 유방암 원인인 BRCA1과 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여기에 주로 기여하나, 유전성 뿐 아니라 치료 전, 후의 종양 돌연변이도 내성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진 ‘첫 번째 연구 결과’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종양 증식 억제와 관련 있는 TP53 유전자의 변이가 고(高) HRD와 합쳐질 때 항암제 내성을 촉진해 환자 예후를 더 나쁘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도 해당 환자의 경우 변이가 없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병 진행 위험이 16.3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무진행 생존 기간이 짧았다는 의미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관여하는 효소인 APOBEC을 매개로 한 RB1·ESR1·PTEN·KMT2C의 유전자 변형이 두드러진 가운데, 이들 유전자가 병의 진행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했다.

연구팀은 “현재 CDK4/6 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한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멀티오믹스 분석으로 내성 원인 유전자를 찾아서 다행”이라며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시름을 덜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HRD가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내성 원인임을 밝힌 ‘최초의 전향적 연구’로, 앞서 2020년 샌안토니오유방암심포지엄(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포스터로 소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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