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로보택시 타고 성행위·약물?…막을 방법이 없네

곽노필 2023. 8.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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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샌프란시스코 전면 허용 이후
차내 성행위 등 이용자 문제 부상
샌프란시스코가 안전 운전요원이 없는 로보택시 운행을 전면 허용한 이후 차내 성행위 등 이용자 문제가 새로운 논란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크루즈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안전 운전요원이 없는 로보택시의 운행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로보택시를 둘러싼 논란도 새 국면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로보택시 논란이 교통 안전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택시 승객들의 이용 행태로 논란의 범위가 확장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운전자가 없는 택시 안이 일종의 ‘달리는 밀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지난 10일 투표를 통해 구글 웨이모와 지엠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하루 24시간 로보택시를 유료로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운행하는 로보택시는 550여대로, 두 회사가 각각 재규어 SUV와 셰보레 해치백을 개조한 것이다.

격렬한 토론 끝에 승인된 무인 로보택시의 핵심 논란은 안전 운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을 경우 운행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와 교통 방해 등의 위험을 강조하며 마지막까지도 반대했고,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모와 크루즈는 “로보택시는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인 과속은 물론 절대 피곤하지도, 주의가 산만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사람 운전자보다 훨씬 안전한 운행 시스템이라고 반박한다.

로보택시의 창문은 선팅(빛가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밖에서도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웨이모 동영상 갈무리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로보택시

이런 상황에서 로보택시 전면 허용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차내 소음, 청결 등 로보택시 이용 행태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이 우선 제기하고 나선 것은 성적 접촉의 장소로 이용될 가능성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는 로보택시 내에서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 쌍은 인터뷰에서 “로보택시는 안락하지는 않은 대신 스릴이 넘쳤다”며 “그냥 밖에 나가서 돌아다닌다는 사실, 그리고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금기시되던 것이 좀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로보택시의 창문은 안전상의 이유로 선팅(빛가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두 회사의 서비스 약관이나 운영 규정에는 승객들의 차내 성행위와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크루즈의 약관에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무례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등 차량 안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지만 성행위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운전기사가 없는 무인 로보택시에선 차내 청결 상태를 수시로 관리해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웨이모 동영상 갈무리

차내 청결, 위생 문제는 어떻게 할까

기술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차내 청결, 위생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 택시에선 운전기사가 승객들의 상태나 요구에 곧바로 응하거나 내린 후 실내를 점검하고 청소하는 등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한 우버 운전기사는 ‘와이어드’에 “누군가가 구토할 경우를 대비해 항상 비닐봉지를 휴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 로보택시에선 실내 청결을 항시 관리할 방법이 없다. 택시 안에 설치한 카메라와 쌍방향 마이크로 택시 안의 상태를 대략 확인하고 전담 고객 지원팀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다.

현재 웨이모와 크루즈는 이용 약관에 이용자들의 청결 유지 의무를 적시하고, 흡연을 금하는 등 나름의 규정과 대책을 갖춰 놓고 있기는 하다.

차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웨이모의 경우엔 음주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이용자격 박탈을 경고하는 메일을 보낸다. 크루즈는 구토물 따위 액체나 냄새 나는 쓰레기를 차내에 남길 경우 최대 150달러를 승객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줄리아 일리나 웨이모 대변인은 탑재된 카메라를 이용해 청소가 필요한지 확인해 차량이 대기소로 돌아올 경우 청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루즈의 로보택시 안에는 3대의 카메라가 탑재돼 차내 상황을 실시간 촬영하고 있다. 크루즈 제공

무인 로보택시 시대, 새로운 고민의 시작

사실 차량 내에서의 성행위와 약물 흡입 문제 등은 이전부터 자율주행차 시대에 출현할 새로운 사회 풍경으로 예측돼 왔다.

예컨대 영국 옥스퍼드대와 서리대 공동연구진은 2019년 ‘관광연구연보’(Annals of Tourism Research)에 발표한 논문 ‘자율주행차와 도시여행의 미래’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시간제 호텔’을 대체할 것이며, 차내 성관계와 약물 흡입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주행차 내부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가동될 것으로 예측했다.

두 회사의 로보택시 내부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안전 운행과 실내 상태 확인, 승객 서비스 개선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장치들은 업체나 경찰 등이 맘먹기에 따라선 언제든지 감시용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무인 로보택시 이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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