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동료→2020년 다승왕→2021년 우승 투수→2023년 에이스 맞대결. 나란히 7이닝 무실점 호투 쇼. 끝내 웃은 건 우승 투수였다[잠실 현장]

권인하 2023. 8. 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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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8.15/
2023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알칸타라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8.15/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의 새 시대를 열었던 두 투수가 4년만에 에이스로서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보기드문 멋진 투수전이 벌어졌다.

3위 KT 위즈와 5위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열린 15일 잠실구장은 두 옛 동료의 첫 맞대결로 관심이 높았다. 두산 라울 알칸타라와 KT 윌리엄 쿠에바스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2019년 KT에서 만나 동료로 뛰었다. 이강철 감독의 첫 해 외국인 투수로 나서 쿠에바스는 13승10패 평균자책점 3.62, 알칸타라는 11승1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해 합작 23승을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5할 승률을 이끌었다.

곧바로 헤어졌다. 2019 시즌 후 KT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하며 알칸타라와 결별했고, 두산이 알칸타라를 데려왔다. 알칸타라는 2020시즌 두산에서 20승2패를 기록하며 최고 투수로 우뚝 섰고, 2021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나기도 했다.

2021년 KT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쿠에바스는 지난해 부상으로 떠났다가 올해 대체 선수로 돌아왔고, 이제 둘은 KT와 두산의 1선발로 만나게 됐다. 둘의 맞대결은 정규시즌에서는 처음이지만 2020년 플레이오프 3차전서 한차례 맞대결을 한적 있다. 당시 쿠에바스가 8이닝 동안 3안타(1홈런) 무4사구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알칸타라도 7⅔이닝 동안 7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했지만 쿠에바스가 승리했었다.

친한 사이지만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자존심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엄청난 투수전으로 흘렀다.

알칸타라는 KT의 옛 동료들을 철저히 묶었다. 2회초 알포드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6회초 2사후 김민혁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13명 연속 범타를 기록했다.

쿠에바스도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3회까지 9명의 타자를 모두 잡아 퍼펙트. 4회말에 첫 위기를 맞았다. 선두 정수빈의 기습 번트 안타에 견제 실책으로 1사 3루가 된 것. 하지만 3번 로하스를 1루수앞 땅볼로 유도한 뒤 홈으로 뛴 정수빈을 태그 아웃시켜 위기에서 탈출했다. 5회말도 1사후 김인태에게 두번째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2023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이 5회말 1사 1루 두산 박준영 타석때 쿠에바스를 방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8.15/
2023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알칸타라가 7회초 2사 1루에서 KT 김준태를 땅볼로 잡고 장승현과 기뻐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8.15/

알칸타라도 위기는 있었다. 6회초 2사후 1번 김민혁과 2번 이호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3루를 허용한 것. 하지만 3번 황재균 타석 때 KT의 더블 스틸을 막아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에 1루 주자 이호연이 2루로 달렸고, 두산 포수 장승현이 2루로 던지려 할 때 3루주자 김민혁이 홈으로 뛰었다. 하지만 장승현은 2루로 던지지 않고 3루쪽을 봤고, 이때 김민혁은 이미 중간까지 달려온 상태였다. 결국 3루로 돌아가다 3루수 허경민에게 태그아웃.

알칸타라는 7회초도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7이닝 동안 4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97개였다.

쿠에바스도 마지막 이닝인 7회말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2사후 5번 김재환과 6번 김인태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것. 하지만 7번 박준영을 3구 삼진으로 돌려 무실점으로 마무리. 7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둘 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쿠에바스가 웃었다. 8회초 KT가 김민혁의 3루타로 1점을 뽑아 쿠에바스에게 승리 투수 요건이 주어졌고, 8회말 박영현-9회말 김재윤이 무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 1대0으로 승리하며 쿠에바스가 승리 투수가 됐다.

쿠에바스는 경기 후 "친한 친구와 맞붙게 돼 너무 재미있는 경기였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 알칸타라에게 '수고했고 너무 잘던졌다'고 문자를 보냈다.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알칸타라와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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