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멈추고 차는 뒤엉키고’ 브라질 전역 정전에 대혼란…원인은?

손우성·최서은 기자 2023. 8. 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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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주 가운데 25개주에서 전력 끊겨
출근 시간대 정전으로 시민들 큰 불편
알렌산드리 시우베이라 브라질 에너지광산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정전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브라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이 발생해 전 국토를 멈춰 세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하철이 멈추고 차가 뒤엉키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지만, 아직까지 전력 공급 중단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 언론인 G1 등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인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브라질 전체 26개주 가운데 호라이마주를 제외한 나머지 25개주 전역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사실상 브라질 전역이 영향을 받은 셈이다.

이번 정전으로 상파울루와 사우바도르 등 대도시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사우바도르에선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걷는 촌극이 발생했고, 벨렝주에선 신호등 오작동으로 차들이 뒤엉켰다. 또, 브라질 전역의 초중고교 수업이 중단됐고 도심 곳곳의 상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주민들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국가 시스템 운영센터(ONS)는 국가연동시스템의 운영 네트워크에서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국가 전기 시스템이 단 10분 만에 에너지의 약 25.9%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력은 이날 오후 2시쯤 브라질 대부분 지역에서 다시 복구됐다.

대규모 정전 사태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당국은 특별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고 원인을 엄격히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경찰도 정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브라질 현지 매체 포데르360 등에 따르면 일단 당국은 북동부 세아라 지역에서 발생한 전력 과부하를 정전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왜 과부하가 발생했는지, 이번 사건이 기술적 문제로 인해 발생했는지 아니면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알렌산드리 시우베이라 에너지광산부 장관은 “세아라에 발생한 과부하로 갑작스러운 전력 손실이 일어나 지역의 시스템이 붕괴됐다”면서 “고용량 송전선에서 과부하를 비롯한 2개 이상의 사건이 동시에 발생해 정전 사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부하 외에 다른 문제들이 무엇이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ONS는 오는 17일까지 정전의 원인 등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중남미 최대 전력회사인 브라질의 엘레트로브라스를 민영화한 것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아내 호잔젤라 다시우바 영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엘레트로브라스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임기인) 2022년에 민영화됐다”며 이번 사태와 에너지 기업 민영화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시우베이라 장관은 “이번 사태가 엘레트로브라스 민영화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것은 경솔한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로 정부의 공공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시스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은 북동부 지역의 정전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는 점을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의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약하고 태양이 부족한 시간에는 에너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다”면서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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