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과 친한데, 좀 봐줘” 본인 땅 투기 기사에 ‘외압’

최성진 2023. 8. 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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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이동관 논란]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부적격 행보
국민일보 노조 “기사 내보내지 말라 전화”
이 “편집국장과 친해서 ‘좀 봐줘’라고 말해”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경기 과천시 과천경찰서 인근에 마련한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우호적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가장 구체적인 해명이다. 이 후보자는 2017년 11월 검찰의 언론 장악 수사가 자신이 아니라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을 기소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무렵,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김재철 전 사장 등 엠비시 전체 문제와 관련해 이 전 수석이 깊게 관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지금 정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하고 우리도 하고.”

그의 라디오 출연 3일 전,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등 언론단체의 퇴진 압력을 받던 김장겸 전 사장이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의결로 해임됐다. 이 후보자는 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생긴다. 내가 하면 정상화고 남이 하면 언론 장악이라는 것은 잘못된 게, 그것도 또 다른 적폐로 나중에 문제가 되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듬해 6월 채널에이(A) ‘외부자들’에서도 “우호적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다 하도록 돼 있다. 그 자체에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불법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이 ‘언론 장악(특히 문화방송)의 몸통은 이동관 홍보수석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도 정작 이 후보자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끝낸 뒤에 나온 발언이다.

■ 언론장악 혹은 ‘우호적 언론환경 조성’

이 후보자가 말한 ‘우호적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 국가정보원이 만든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년 3월2일)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우호적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해 벌인 일의 일부는 파악된다. 2017년 9월 공개된 이 문건을 보면, 당시 국정원은 문화방송 장악을 위한 세부 추진방안을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간부진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2단계는 노동조합 무력화와 조직개편이다. 3단계는 ‘소유구조 개편 논의로 언론 선진화에 동참’, 곧 문화방송 민영화다.

이 문건은 이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일 때,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생산된 다른 네건의 언론 장악 문건과 달리 작성 부서와 결재라인, 배포선 등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은 2017년 11월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 또한 문건의 형식 및 내용, 문건의 목적, 실행 주체를 고려할 때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문건 내용 중 조직개편과 간부진 교체, ‘피디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좌편향’ 언론인 퇴출, 시사프로그램 폐지,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통한 노조 무력화 등은 거의 계획대로 실행됐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문화방송 민영화 정도다. 2010년 6월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을 맡아 노조를 이끌다가 해고(2013년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귀)된 이근행 피디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러 언론 장악 문건에서 드러나듯, 그 당시 벌어진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엠비시 장악 절차에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개입했다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이 후보자를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다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받아들인다면, 엠비시나 케이비에스(KBS) 등 공영방송은 더 이상 존립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5일 ‘우호적 언론 환경 조성 노력’이란 무엇이고, ‘만약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그 노력을 또 할 것인지’를 묻자 “정부와 언론이 상호 신뢰하고 소통하며,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변했다.

■ 본인 땅 투기 기사 외압 의혹도

정부나 대통령을 위한 우호적 언론 환경 조성과 관계없이 이 후보자 본인의 처신에서 비롯한 언론 통제 논란도 있다. 2008년 이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막 임명됐을 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명박 정부와 검찰 내부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인사들이 있다며 3월5일 오후 관련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이 후보자는 사전에 파악한 정보와 자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제단의 공식 발표에 앞서 대변인으로서 청와대 해명 입장을 브리핑했다.

이틀 뒤, 와이티엔(YTN) ‘돌발영상’ 코너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이를 다뤘다. 미래에 벌어질 사건을 미리 파악해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내용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장면을 활용해 이 후보자의 ‘한 발 빠른’ 브리핑을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은 방송이 나가고 몇시간 뒤 와이티엔 누리집 등에서 삭제됐다. 와이티엔 안팎에서 ‘청와대 외압’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홍상표 당시 와이티엔 보도국장은 “청와대의 수정 요구가 있었지만 (삭제 여부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때 홍 보도국장한테 전화를 건 인물이 이 후보자였다. 이 후보자도 2015년 12월 자신의 회고록 ‘도전의 날들’에서 “나는 대변인과 기자단 사이의 신뢰를 깬 이 보도 내용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뒤이어 4월, 또 다른 언론사 외압 의혹도 터졌다. ‘이동관 대변인, 땅 투기 기사 외압 의혹’ 사건이다. 이 후보자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 직후, 국민일보는 그가 절대농지를 구입한 뒤 직접 경작을 하지 않은 것(농지법 위반)은 물론, 농지 취득 과정에서 가짜 영농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취재했다. 취재팀은 의혹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문건까지 확보했으나 기사를 내보내지는 못했다. 얼마 뒤 이 후보자가 국민일보 편집국장한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기사를 빼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는 그해 4월29일 성명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편집국장에게 몇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편집국 전언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기사 외압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자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친한 언론사 동기로, 두세차례 전화를 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친구끼리 하는 말로 ‘좀 봐줘’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화통화는 있었으나, 위협이나 협박을 가한 적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 외압 논란 등과 관련해 노종면 전 와이티엔 기자는 “정부에서도 사실관계가 잘못됐거나 왜곡됐다고 판단되는 보도에 대해 얼마든지 반박·해명하거나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런 절차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그게 협박이든 항의든 부탁이든, 청와대 고위 관료가 언론사 보도의 최고책임자를 상대로 ‘비공식적 고공플레이’를 해서 기사를 내리거나 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 16년간 찾아다닌 대선 캠프만 세곳

그는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 전에는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이 후보자는 2007년 7월 동아일보를 나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공보실장으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인연이 이후 청와대로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이어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지역구에 나서고자 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출마를 저울질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에 몸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과는 신문사 정치부장 시절, 반 전 총장과는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에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났다. 반기문 캠프 참여 경력을 포함하면 이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만 세번 참여한 유일한 방통위원장 후보자다.

이런 그의 정치 이력 자체도 방통위원장 후보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특히 강조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10조에서 위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이 후보자의 인수위 고문 경력과 당적 보유 이력은 특히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이 후보자는 2022년 5월까지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방통위법에서는 ‘인수위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방통위법이 지난 19대 국회 방송공정성특위 논의를 거쳐 개정될 때 추가된 내용이다. 개정 취지는 정파성, 정치 경력이 있는 인사를 배제해 방통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 개정 취지를 살필 때, 단순히 ‘인수위원과 고문은 다르다’라는 사실관계에 입각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방통위원장 지명을 불과 하루 앞두고 10년 넘게 속해 있던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방통위법 10조 ‘정당법에 따른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는 결격사유를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회와 학계·시민사회에서는 다른 결격사유와 달리 유독 당원에 대해서만 ‘어제까지 당원이었다가 오늘 탈당해도 문제가 없는’ 맹점이 있는 만큼,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남경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2년 6월 “정당 가입자, 정당을 탈퇴한 지 3년 미만인 사람,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인사”는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냈던 방통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을 지낸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방통위법에서 그만둔 지 3년이 안 된 대통령직인수위원의 경우 (방통위원이) 될 수 없다고 한 취지는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특별고문이라면 일반 인수위원보다 대통령과 더 가깝게 마련인데, 법 취지에 더욱 어긋난다”고 짚었다.

한편 이 후보자 쪽은 결격사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대통령직인수위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바 없으며, 당적은 임명 당시의 당적 보유 여부만이 결격사유에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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