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숲과 강이 어우러진 도심의 쉼터…태화강국가정원
(울산=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에는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을 따라 정원이 조성돼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은 한국의 제2호 국가정원이다.
과거 태화강에 덧씌워진 수질오염이라는 오명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내년이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지 5주년이 된다.
최근 둘러본 태화강국가정원은 싱그러운 나무와 꽃 그리고 강의 풍경이 어우러진 도심 속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나무숲을 비롯해 정원 공간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일상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성한 대나무숲이 만들어낸 풍경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역에서 고속열차(KTX)로 울산(통도사)역까지 이동했다.
울산 시내로 들어가려면 역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움직여야 한다.
몇십분 지났는가 싶었는데, 버스 차창 밖으로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우거진 숲이 이어진 모습이다.
멀리서 보니 나뭇잎이 꼭 사람의 곱슬머리처럼 보였다. 아랫부분에 굵은 대나무 줄기가 보여 대나무숲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도 삼호철새공원을 지나자 다음 정류장이 십리대밭교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십리대밭은 십리(약 4㎞)에 이르는 대나무숲을 뜻한다. 무성한 풍경에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하천 퇴적지 위에 조성된 수변 정원이다.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과거에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하수처리장 건설, 수질개선사업, 시민들의 노력 등에 힘입어 수질을 회복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태화강국가정원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가 대나무숲이다.
호기심을 안고서 태화강국가정원 안내센터 근처에 있는 입구로 들어섰다.
정면에 무지개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그 안은 대나무가 만들어낸 그늘 때문인지 약간 어두워 보였다.
몇발짝 안으로 들어서니 무더운 바깥보다는 시원한 기운이 느껴졌다.
대나무 잎이 서로 어우러져 그늘을 만들었다.
방문자들이 다니는 보행 공간과 대나무 사이에는 낮은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십리대숲에서 간벌한 대나무를 재활용한 것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앞쪽으로 더 나아가보니 맨발로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잠시 쉬고 있던 주민에게 말을 걸었더니, 최근 맨발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제 익숙해지는 중이라고 했다.
이곳에선 야간 일정 시간에 조명을 밝히는데, 현지 시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방문자들도 많다고 한다.
걷다 보니 사람들의 발소리, 대나무 잎이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들렸다.
한참 걸은 것 같은데도 끝이 보이지 않아 중간 출구를 찾아 나왔다.
사람들이 대숲 바깥에 놓인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자연과 인근 아파트가 강물에 비치고 새가 날아드는 도시의 정원
대숲을 나온 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씩 태화강국가정원의 전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울산 중구와 남구에 걸쳐져 있는 태화강국가정원은 83만5천여㎡ 규모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태화지구와 삼호지구로 나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완만하게 펼쳐진 강을 따라 조성됐다.
생태, 대나무,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등 6개의 주제로 나눠 20개 이상의 테마정원이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화정원, 초화원, 모네의 정원, 향기정원, 보라정원, 은행나무정원, 조류생태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원 사이에 실개천도 흐르고 방문자가 건널 수 있는 아담한 다리도 있다.
정원 뒤에 건물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 도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지만 반대로 저 멀리 숲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 도시가 아닌 것 같았다.
강을 내려다보니 수풀과 정원 뒤에 서 있는 아파트 그리고 청명한 하늘이 함께 물에 비쳐 이채로웠다.
정원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꽃과 나무를 눈여겨봤다.
꽃 모양이 시원시원한 분홍색의 부용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좀 더 걷다 보니 두 그루의 미루나무와 근처에 있는 빨간 색의 전화부스가 예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가는 길에는 잎이 푸르게 자라고 있는 국화밭이 펼쳐졌다.
가을이면 더욱 돋보일 것 같다.
발길을 좀 더 앞으로 향했다.
금계국, 원추리, 에키네시아 등이 피어 있었다.
여러 종류의 그라스류, 버드나무, 배롱나무, 억새, 갈대, 수련 등도 보였다.
세계적인 정원 작가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했다는 자연주의 정원에도 관심이 갔다.
현재는 식물들이 식재된 상태인데, 성장해서 정원의 형태가 갖춰질 때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궁금했다.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울산 구·군 상징정원도 있는데,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울산큰애기 캐릭터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제 발길을 삼호지구로 돌렸다.
보행교인 은하수다리를 건너 삼호지구에 도착했다.
소나무 아래에 푸른 맥문동이 펼쳐졌다.
작은 물줄기를 따라 미나리도 긴 구간에 걸쳐 심겨 있었다.
인근에서 채집이나 관찰을 하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꽤 걷다 보니 떠들썩한 새 소리가 들린다.
백로가 강가나 대숲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대숲이 빽빽했다.
예부터 대숲이 이곳에 자생해왔다는데, 강이라는 자연조건도 좋고 새들의 먹이도 풍부한 편이라 철새들이 찾아온다.
여름에는 백로를 볼 수 있고, 겨울이면 떼까마귀의 군무가 장관이라고 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연과 함께 이러한 생태계를 목격할 수 있어 생태 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자연의 사시사철을 볼 수 있는 정원이다.
대왕암공원의 기암괴석과 송림, 울기등대
태화강국가정원을 나와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대왕암공원을 찾았다.
울산의 주요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대왕암공원은 해안가에 있어 바람이 시원했다.
안내판에는 신라 문무대왕 왕비가 세상을 떠난 뒤 동해의 큰 바위 밑으로 잠겨 호국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 적혀 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붉은색과 보라색 수국이 피어있는 길이 펼쳐졌고 그 주변에는 송림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주황색 원추리가 눈에 띈다.
길이 300여m의 출렁다리를 건너거나 근처 해안 길을 걷다 보면 맞은편 도시 풍경이 보인다.
옛날 숭어잡이를 할 때 망을 봤던 수루방, 천연동굴인 용굴이 보이는 지점 등을 지날 때면 '와'하는 함성이 몇번이나 나왔다.
예상한 것보다도 기암괴석이 많았다.
대왕암으로 연결되는 대왕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가 울기등대로 향했다.
바다 쪽에서 약간 벗어나자 다소 거셌던 바람이 잦아들었다.
도착해 보니 2개의 등대가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각각 서 있었다.
울기등대 구 등탑 주변의 소나무가 커지면서 해상에서 불빛 식별이 어려워지자 1987년에 신 등탑이 건립됐다.
울기등대 구 등탑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울산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대왕암공원에서 차량으로 얼마 걸리지 않는 울산대교 전망대에 들렀다.
한쪽에는 인근 해안과 산업시설이, 다른 쪽에는 도시와 숲이 한눈에 들어와 다채로워 보였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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