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딜레마]①초장기 대출의 '양면'

이경남, 윤도진 2023. 8. 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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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상환 부담 적은 만큼 대출 한도 크지만
DSR 규제 우회…가계부채 증가 '주범' 지목
금융권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딜레마'에 빠졌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50년까지 늘린 상품에 제동을 걸지 말지를 두고서다. 그대로 둔다면 가계부채 확대가 우려된다. 반면 규제를 가하면 주택 경기를 누를 수 있다. 목돈이 부족한 내 집 마련 수요층의 '주거 사다리'가 약해지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쉽게 가르마를 타지 못하는 이유다.[편집자]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를 부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다수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 중이며, 필요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IBK기업·BNK부산·BNK경남은행 등이 지난달 이후 만기가 최대 50년인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만기 50년 '탄생의 배경'

은행권이 만기가 50년으로 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택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늘어났다. 하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때문에 은행은 쉽게 대출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전세 보증금 반환용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출에서 DSR이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 DSR은 원리금상환금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의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대출의 만기가 길어지면 계약기간이 긴 만큼 갚아야 하는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나눠 갚는 개월 수가 늘어나는 만틈 매월 부담할 상환금액은 줄어든다. 다시 말해 매달 갚는 돈을 적어지지만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총 상환 부담은 늘어나는 것이다. ▷관련기사: 50년 만기 주담대? 약일까 독일까(2022년 5월19일)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 5%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원리금균등상환)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30년 만기일 경우 약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하는 발생하는 이자 규모는 3억2640만원 수준이다.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 가능 금액은 4억원으로 늘어난다. 대신 만기까지 갚아야 하는 이자 규모는 5억2581만원으로 늘어난다. 만기가 50년인 경우 대출은 4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며 갚아야 하는 이자 규모는 7억7617만원으로 뛴다.

배보다 배꼽 커지는 구조지만…

이 사례에서 원금 대비 이자 비율은 30년 만기가 93.3%지만 40년 만기는 131.5%로 높아지고 50년 만기는 172.5%까지 뛴다. 계약기간이 늘어날수록 갚아야 하는 이자는 훨씬 커진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자들의 심리는 이를 감내하게 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소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젊은 층은 이를 매월 상환 부담은 적은 '주거 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다. 주택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선택지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계약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계약 이자를 모두 부담하기 전에 목돈을 모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과거 만기일시상환 방식 주담대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늘어나면 갚아야 하는 이자의 규모도 함께 늘어나지만 대부분의 대출 차주들은 도중에 목돈을 모아 갚으면 된다는 자금계획을 세운다"며 "계약 기간 동안 모두 갚아야 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기미가 보이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있는 상황인 데다가 생활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수요도 있다"며 "이런 수요에 부응해 만기가 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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