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왕'의 첫 홈런, 알고 보면 그는 OPS 11할이 넘는 '퓨처스 몬스터'였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14일 LG 홍창기는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타율 0.331 123안타 49타점 81득점 16도루 64볼넷 출루율 0.450 장타율 0.427 OPS 0.877 wRC+ 168.6을 기록하며 타격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유일하게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타자였다. 시즌 97경기 만에 기록한 홈런에 동료들은 홍창기를 제외하고 세리머니를 하며 그의 시즌 첫 홈런을 특별히 축하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홍창기의 홈런은 못쳤다기보다 안쳤다가 더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한때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6할 중반대 장타율과 11할이 넘는 OPS를 기록했던 타자였다. 바로 2017년 경찰청 시절 이야기다.
홍창기는 안산공고 시절 투수였으나 고교 3학년 때 갑자기 입스가 오면서 타자에 전념하게 됐다. 고교 3학년 때 타율 0.425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안산공고가 약팀이다 보니 전국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며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결국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건국대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타자로 전념한 결과 대학에서 통산 타율 0.339를 기록하며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 해인 2016시즌부터 홍창기는 남다른 선구안을 보여줬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대 타율을 보여줬고 볼넷/삼진 비율이 1을 넘으며 리드오프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LG의 외야는 이미 포화 상태였고 1군에 자리가 없었다. 대학교를 마치고 프로에 입단한 홍창기는 군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이듬해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했다.
그는 경찰청 야구단에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7년 92경기서 타율 0.401 109안타 82타점 73득점 출루율 0.510을 기록했다. 특히 입대 후 파워가 늘어나면서 13홈런 장타율 0.654를 기록했다. 2018년에도 9홈런 장타율 0.496로 거포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LG는 전역 후 돌아온 홍창기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홍창기를 김현수 같은 중장거리형 타자로 키울 것인지 박병호 같은 거포형 타자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선수와 코치진들은 많이 고민한 끝에 출루율이 높은 홍창기의 눈 야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홍창기도 타격 메커니즘을 홈런이 아닌 정확한 타격으로 바꾸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
선택은 완벽했다. 홍창기의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웬만해서는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에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상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리며 곤란하게 만들고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지 않고 스윙하며 안타를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출루율 높은 최고의 리드오프 스타일이였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시즌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시즌보다 더 좋은 페이스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2021시즌에 보여줬던 개인 기록들을 모두 갈아 치울 기세다.
경찰청 야구단 복무를 마친 뒤 올바른 선택과 집중으로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홍창기가 탄생하게 됐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홍창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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