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은 천재인가, 연습 하루 만에 신구종 '마스터'→53일 만의 선발승... 살아난 '안경에이스' 5강 싸움 이끈다

부산=양정웅 기자 2023. 8. 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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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후반기 들어 롯데 자이언츠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던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이 다시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시즌 중 구종에 변화를 주더니 하루 만에 실전에서 써먹는 '천재성'도 보여줬다.

박세웅은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이날 박세웅은 최고 시속 150km의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SSG 타자들을 요리했다. 타선이 한 바퀴 도는 동안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최근 지적받았던 과감하지 못한 투구도 없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4회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번트안타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한 박세웅은 3번 최주환의 2루타 때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한 점을 내줬다. 이어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몰린 그는 김강민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하재훈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더이상 불길이 커지는 걸 막아냈다.

이후로는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5회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한 박세웅은 6회에도 2사 후 박성한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투구를 마쳤다. 이날 박세웅과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정보근이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베테랑 노진혁 역시 3안타 경기를 달성하면서 롯데는 10-6으로 승리하며 박세웅에게 선발승을 안겨줬다.

롯데 박세웅이 15일 사직 SS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시즌 중 새 구종 추가, '느린 슬라이더'로 타자 방망이 이끌어낸다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마지막으로 승리를 따낸 건 지난 6월 23일 잠실 LG전 이후 53일 만이다. 올 시즌 4월 평균자책점 5.12로 흔들렸던 그는 5월(1.88)과 6월(1.56) 호투를 펼치며 롯데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7월이 되면서 박세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7월 이후 이번 등판 이전까지 나온 5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쌓았고, 평균자책점도 7.40으로 대폭 상승했다. 7월 3경기 등판에서는 모두 4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불안한 투구를 이어갔다.

위기의 순간, 박세웅은 새 무기를 들고 나왔다. 바로 '느린 슬라이더'였다. 그는 "김현욱 (투수)코치님이 '짧고 빠른 슬라이더도 좋지만, 실투가 나올 땐 타자들에게 걸리는 경우가 있다. 느리더라도 각도 큰 슬라이더도 던져보는 건 어떻겠냐'고 얘기했다"며 "그러다 보니 새로운 구종이 생기면서 두 가지 슬라이더를 한 번에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놀라운 점은 딱 하루만 연습하고 곧바로 실전에서 썼다는 점이다. 박세웅은 "지난 NC전(3일 경기) 던지기 전날 하루 연습하고 바로 썼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속 130km 후반대에서 주로 형성되던 박세웅의 슬라이더 구속은 3일 경기에서는 최저 126km까지 떨어졌다. 이날 잡은 삼진 7개 중 5개가 마지막 공이 슬라이더였는데, 대부분 시속 120km 후반에서 130km 초반에 형성되는 공이었다. 특히 3회 초 권희동을 상대할 때는 초구에 시속 135km의 짧고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 후, 결정구로는 129km의 느린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롯데 박세웅이 지난 3일 사직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후 9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2⅓이닝 6실점(3자책)으로 무너졌지만, 이번 SSG전에서는 느린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박세웅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생각하고 던진다"고 밝혔지만, 움직임은 스위퍼(좌우 무브먼트를 극대화한 슬라이더)에 가까웠다. 박세웅은 "그립이나 던지는 방법의 차이는 있다.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는데 더 확실하게 내 구종이 되게끔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새 구종 추가 외에도 박세웅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어떤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을까 생각했다"며 "투구폼 등의 문제보다 투구 패턴, 카운트 싸움 등을 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서도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공이 많이 움직이면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해서 그 생각을 많이 하고 투구했다"고 밝혔다.
박세웅 '페이스 회복'이 반가운 롯데, 선발진 안정화로 5강 싸움 이어간다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의 투구 회복은 5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롯데는 15일 기준 시즌 승률 0.485를 기록, 5위 두산 베어스와 2경기 차 7위에 위치하고 있다. 비록 전반기 한때 1위 경쟁을 하던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특히 선발진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반기 내내 외국인 선발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를 퇴출하고 애런 윌커슨을 데려왔다. 후반기 들어 윌커슨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8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윌커슨에게 7이닝 노히트로 막혔던 SSG의 김원형 감독은 "다음 경기도 봤는데 좋은 투수인 건 맞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여기에 찰리 반즈 역시 같은 기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15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롯데는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왼쪽 햄스트링 염좌로 이탈한 '4월 MVP' 나균안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그는 15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3이닝 4피안타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실전 등판에 들어갔다. 이렇듯 선발진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박세웅까지 호투를 펼치며 롯데는 상승세로 나아가고 있다.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사진=롯데 자이언츠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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