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보며 떠올린 얼굴[오늘을 생각한다]

2023. 8. 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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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진치유사’라 부르는 남편과 활동가 아내. 참 꼭 닮은 부부라 생각했다. “이질적인 존재란 이유로 누군가의 존엄을 유예하지 않고 서로 다름과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마주할 사회”를 만들자던 그를 위해 기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태풍 전 노을은 유독 아름답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카눈의 상륙을 앞두고도 그랬다. 뒤숭숭한 마음이 하늘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처음에는 노랑이었다가 분홍, 보라로 그리고 불타는 다홍으로 시시각각 물들어가는 장관을 길게 바라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괜찮을까. 아프지 않기를.

201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한 <사람이 사람을 보다>라는 ‘곁지기 시선전’에서 그의 신랑, 임종진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임종진 작가는 필리핀의 수해 지역을 다니며 현지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프레임에 담았다. “사진작가의 작품 활동으로서가 아닌, 주민들의 존엄성을 부각시키는 성격을 담아 사진작가가 아닌 ‘곁지기’로, 사진전이 아닌 ‘시선전’을 썼다”는 설명에 예사롭지 않음이 묻어났다.

그렇게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을 처음 봤기에 그의 작업에 즉시 매료됐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그의 태도와 눈빛에도.

임종진 작가는 스스로를 ‘사진치유사’라고 부른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슬프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단편적인 존재로 내려다보는 것을 경계한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스스로 얼마나 존엄한 삶을 사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사진 속에는 소망을 품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 깔깔거리고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일상을 다시 짓는 사람이 있다.

임종진 작가의 글을 통해 그의 아내 ‘윤지영’씨를 알게 됐다. 그는 개발·인권·평화 의제를 다루는 시민사회 활동가이자 연구자였다. 그는 소란스럽지 않은, 강건하고 맑은 사람 같았다. 그가 한 활동을 찾아보고, 쓴 글도 읽었다.

“불확실하고 이질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존엄을 유예하지 않고 서로 다름과 고유한 가치를 건강하게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구가 있었고, 마음에 남았다. 꼭 닮은 부부구나 했다.

윤지영씨를 직접 본 것은 단 한 번이다. 지난해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위해 모인 길바닥에서 옆에 앉은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렇게 건강을 회복한 줄 알았던 그가 1년이 채 안 돼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아름다워 하늘나라일까 했던 노을 너머로 그가 떠난다 생각하니 마음이 얹힌다. 노을보다는 쨍한 햇살에 가까운 삶인데.

삶은, 죽음은 무엇일까. 한 호흡의 경계에서 기도한다. 수많은 기도를 받아 그가 기적처럼 몸을 일으키길. 다른 어려운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도 원망이 아닌 소망을 품기를.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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