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7510-이해와 소통의 희망을 꿈꾸는 코미디[시네프리뷰]

2023. 8. 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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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이해와 사랑에 대한 바람, 또는 믿음이 영화를 강하게 이끌어간다. 표면적 재미에 비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 2시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목 달짝지근해: 7510(HoneySweet)
제작연도 2022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8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정다은
개봉 2023년 8월 15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마인드마크


타고난 미각 덕에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차치호(유해진 분). 자신이 정해놓은 일상의 규칙과 시간을 절대적으로 지키며 판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주변인들에겐 답답해 보인다. 다소 융통성이 없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평소에 과자를 주식으로 섭취하다 보니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폭력과 도박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형 석호(차인표 분)가 출소하면서 치호의 모범적(?) 생활에 서서히 균열이 시작된다.

한편 매사에 당차고 의욕적인 싱글 맘 일영(김희선 분)은 대출 문제로 찾아갔던 금융사에 되레 입사원서를 내고 상담원으로 취직한다. 어느 날 상담을 받으러 온 치호의 행동에 매력을 느낀 일영은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고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깊어져만 가지만… 당연히 인연이란 게 순조로울 수만은 없다.

제작 발표 당시 주목받은 포인트는 <스물>, <극한직업>, <드림>의 각본과 연출을 통해 코미디 전문가로 평가받은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썼다는 점이다. 여기에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오빠 생각>(2016), <증인>(2019) 등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소위 ‘착한 영화’를 연이어 발표해온 이한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어떤 작품이 나오게 될지 기대를 모았다.

여전히 ‘착한 영화’로 돌아온 이한 감독

짐작한 대로 영화는 맑고 깨끗한 세상과 사람들을 담아낸다. 엄밀히는 그런 세상과 사람들을 꿈꾸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화 속에 그려지는 세상이 ‘현실’보다 그리 녹록하게 그려지는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 욕망과 시기, 질투가 넘쳐나고 주변에는 협박과 폭력이 즐비해 각박하고 매섭다. 그곳에 조금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긍정적인 인물들을 데려다 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담백한 코미디를 유발한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틈틈이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와 소소하지만 유효한 웃음의 포인트들은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듯한 이해와 사랑에 대한 바람, 또는 믿음이 영화를 강하게 이끌어간다. 표면적 재미에 비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그것들만을 즐기기에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코미디의 특성상 쉽게 쉽게 넘어가는 것 같은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에 갸우뚱한 시선을 보낼 수도 있겠다.

제목에 붙어 있는 숫자 ‘7510’은 두 주인공 치호(75)와 일영(10)의 이름을 의미한다. 관계와 이해를 주 소재로 다룬 영화인 만큼 아무래도 배우 개개인의 재능과 조화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개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

각양각색의 배역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내며 대체 불가 배우로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홍보사는 ‘배우 유해진의 첫 코믹로맨스’라는 카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굳이 꼽자면 2018년 개봉한 <레슬러> 같은 작품에서 비슷한 장르를 연기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사고로 정신연령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된, 그래서 남들보다 순수한 캐릭터라는 특이한 설정의 인물을 해석하고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김희선의 변화에 많이 놀랐다. 필자가 여건상 예능이나 드라마를 접하지 못해 연예계 전체의 흐름이나 분위기에는 무딘 편이라 영화 속에서만 보는 그의 모습은 꽤 오랜 간극이 있다. 과거 김희선은 배우로서보다는 1990년대 ‘한국 최고의 미녀’라는 대중의 찬사를 받았던 유명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번 작품을 보며 과거에 비해 훨씬 깊어진 인물 분석과 자연스러워진 연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음을 이번 영화를 통해 증명했다고 봐도 될 듯하다.

두 주연배우를 뒷받침하는 주변 인물들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낸다. 몇몇 인물의 과장된 연기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라 거북하지 않다.

시사회에서 제공되는 특별한 기념품

(주)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 7510>의 각본을 쓴 이병헌 감독의 대표작 <극한직업>에는 ‘수원 왕 갈비 통닭’이 등장한다. 흥행 성공 이후 기성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앞다투어 비슷한 작명의 상품들을 실제로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 ‘유사품’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제과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차치호가 개발한 ‘두부쉐킷’이란 과자가 등장한다. 혹시 영화를 보고 이 ‘두부쉐킷’의 맛이 궁금한 관객들이 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사회장에서 이 과자를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작정하고 특정 마트의 PB(Private Brand) 상품으로 협력 생산했는데, 디자인과 콘셉트를 영화 속 그대로 재현했다. 꽤 치밀한 기획과 부지런함이 만들어낸 홍보 전략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이처럼 시사회 때는 기념품들을 제공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인지상정. 애초 시사회란 자리 자체가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니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좋아야 하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인상적인 기념품을 제공해 호의적 분위기를 유도해서 나쁠 건 없다.

과거에는 소위 ‘보도자료’라 언급되는 팸플릿과 스틸사진 세트를 당연하게 배포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이런 인쇄자료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원작도서나 엽서, 제목 또는 로고를 새긴 USB, 배지, 열쇠고리, 그립톡 등이 인기 아이템이다. 종종 협찬사의 술이나 건강식품 같은 난데없는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셉션>(2010)은 영화 속에 토템(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소품)으로 등장하는 팽이를 제공했다. 곰이 주인공인 <패딩턴>(2014)은 오렌지 잼을 나눠준 적도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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