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잘못이 큰가[편집실에서]
미국 뉴욕의 한 유명 게임 인플루언서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 도중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고가의 컴퓨터와 게임기를 공짜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속 날짜가 됐습니다.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광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서로 경품을 먼저 받겠다고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난투극이 벌어졌고, 경찰이 나서봤지만 이내 무법천지로 변해버렸습니다.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해당 인플루언서는 아수라장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뭐가 진짜 문제였을까요. 자신의 발언이 낳을 파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덥석 입 밖으로 내버린 유튜버의 잘못일까요, 평소와 달리 슬금슬금 사람들이 모여드는 등 뭔가 낌새가 보였으면 바로 행동에 들어가 미연의 사태를 막았어야 했는데 그리 하지 못한 경찰 등 관계당국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공짜 경품 한번 받아보겠다고 안전규정이나 질서유지는 내팽개친 채 북새통 현장에 뛰어든 군중의 탓이 클까요. 특정 주체의 문제라기보다 이 모두가 얽히고설켜 일어난 불상사라는 분석이 더 타당한 걸까요.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새만금)에 사상 최대 규모의 스카우트대원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답니다. 시기는 통상적으로 한 해 중 가장 뜨겁다는 8월 초순입니다. 잦은 기상이변과 기후위기 심화로 막상 행사가 임박하면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키도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올해는 ‘역대급 폭염’과 같은 암울한 전망이 일찌감치 예견된 터였습니다. 기습폭우 등 전조 현상도 잦았고요. 아무리 ‘사서 고생해본다’는 취지의 야영대회라고 하지만 그 드넓은 ‘뻘밭’에 다닥다닥 텐트를 쳐놓고 열흘 남짓을 버티도록 하는 게 가능한 상황인지 현장을 둘러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상식입니다.
무려 6년여의 준비기간이 있었답니다. 이쯤 되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봐야겠지요. 지금이라도 이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권을 주고받으며 지난 세월 동안 여야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예산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렸는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건지,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허송세월만 한 건지, 그런 상태로 국가의 녹은 꼬박꼬박 축내도 괜찮은 건지, 이를 알고도 뻔히 방치한 현 정권 차원의 문제는 없는지, 지역균형발전은 단지 구호에 불과한 건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제 역할을 다했는지 제대로 가려내야 합니다.
주간경향을 포함한 언론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다 잘되고 있다”는 정부 말만 믿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감시와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남긴 과제, 다음 호에서 상세히 짚겠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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