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 1년, 달 개척 선봉에 설 수 있을까[김정욱의 별별이야기](40)

김정욱 기자 2023. 8. 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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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독특한 방식으로 달에 간 다누리
달 지형·자원·환경 조사하고 나사 유인 달탐사 선발대 역할도
[서울경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달 궤도를 돌며 지구와 송수신하는 다누리의 상상도.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구의 위성이자 우리가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천체 달. 1960~1970년대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달 탐사 경쟁을 벌였는데요, 1972년 1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아폴호 17호’ 달 착륙 이후 달에 대한 관심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 나라들의 관심은 다시 달을 향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들어 지난해 8월 달 탐사선 ‘다누리(Danuri)’를 보냈죠. 다누리가 달에 간지 벌써 1년이 됐습니다.

다누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중심으로 개발됐습니다. 다누리는 연료무게 260kg을 포함해 총 무게는 678kg이며 크기는 가로·세로 약 2m, 태양전지판을 펼친 모습까지 하면 6m쯤 됩니다.

지난해 8월 5일 발사된 다누리는 4개월 반 뒤인 12월 26일 달의 목표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됐습니다.

다누리는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엑스(X)의 펠컨9 로켓에 실려 달로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얼마 전 ‘누리호’라는 자체 로켓을 통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렸는데 왜 미국에 의존해 다누리를 달로 보냈을까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직 한국의 로켓은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성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페이스-X의 로켓은 달까지 다누리를 운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적인 면에서도 가장 경제적입니다.

다누리가 달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는 지구를 떠난지 4개월 반 만에 목표한 달 궤도 도착했는데요, 달 탐사나 우주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은 달에 갈 때 3일 만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왜 다누리는 4개월 반씩이나 걸린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연료문제 때문입니다. 달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직접전이’라고 해서 지구에서 달까지 직선으로 바로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달까지 3~6일 정도 걸리죠. 그런데 직접전이는 빨리 가지만 연료가 엄청 많이 필요합니다. 즉 비용이 많이 들죠.

‘위상전이’라는 방법으로 달에 갈수도 있습니다. 이는 지구와 달, 태양 등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공전하면서 점점 원을 크게 그리며 돌다 차츰 달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달 궤도에 들어서면 큰 원에서 점점 작은 원을 그리며 목표한 궤도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달에 가는 방법 중 ‘탄도형 전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탄도형 전이는 태양 쪽으로 먼저 가서 그 곳의 중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가다 보면 156만km 지점에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중 ‘L1’ 지점에서 조금만 속도를 높이면 탄력을 얻게 되고 그 힘으로 달 쪽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 궤도에 도착하면 목표한 궤도까지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달 궤도를 크게 돌다 조금씩 궤도를 좁히는 방식입니다.

다누리는 탄도형 전이 방식으로 달에 갔습니다.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는 평균 36만~38만Km지만 다누리는 엄청 돌아가다 보니 총 732만㎞라는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탄도형 전이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 실패 확률도 높은 대신 연료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목표지점인 달 100km 상공에 도달한 다누리는 2시간에 한 바퀴씩 달을 공전하며 여러 임무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32년까지 또 달에 탐사선을 보낼 예정인데 이때는 달 표면에 착륙해 달 탐사를 할 예정입니다. 다누리의 임무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달 착륙 탐사선의 적합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미국 나사는 2026년까지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는 유인탐사를 추진 중이고, 유인 탐사선의 착륙 적합지를 선정하는데 다누리가 촬영한 사진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다누리가 미국 유인 달 탐사의 선발대 역할도 하는 겁니다.

다누리는 또 탐사선 착륙 적합지 뿐 아니라 달의 여러 지역을 촬영하고, 달 주변의 자기장과 감마선·방사선도 측정합니다.

그 동안 다누리가 보내온 달 사진을 보면 모두 흑백인데 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다누리 사진이 흑백인 이유는 달 사진은 컬러사진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항우연 관계자는 “달의 모습은 화려한 색상이 아닌 흰색과 검은 색이 대부분이고, 다누리의 임무 중 하나가 달 표면을 촬영하는 것이어서 컬러사진은 큰 의미가 없다”며 “따라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고해상도 컬러카메라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실효성이 없어 다누리에는 흑백카메라를 장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인터넷 환경에 대한 테스트도 다누리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인터넷 사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입니다.

다누리가 달로 가던 도중 촬영한 지구와 달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의 자원 탐사도 다누리의 중요 임무입니다. 달에는 네오디뮴, 히토류, 세륨, 헬륨-3 등이 풍부합니다.

특히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자원은 헬륨-3입니다. 지구로 헬륨-3를 가져와 에너지화 한다면 현재 원자력 발전의 5배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데 헬륨-3는 탄소도 나오지 않고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없어 친환경적입니다.

달의 헬륨-3는 태양으로부터 오는데 끊임없이 쌓이고 있으니 그야 말로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인 화수분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의 헬륨-3를 이용한다면 앞으로 인류는 몇 세대 동안 에너지 걱정이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입니다.

지금도 열심히 달을 탐사하며 사진을 찍고 달 환경을 측정하고 있는 다누리는 관련 자료들을 지구로 보내고 있습니다.

다누리는 임무기간이 원래 올해 말까지였지만 잔여 연료량 등을 고려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2025년 말까지 임무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세계 각 나라들이 달 자원 확보 등을 위해 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달 탐사 대열에 늦지 않게 뛰어들었으니 달 개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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