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 원신재 이재림 남태희, 경륜 신선한 바람

‘가격대비 성능 비율’이 좋을 때 가성비가 좋다는 표현을 쓴다. 경륜에서도 ‘인기 대비 우승 비율’이 높은 가성비 높은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들로 특선급 원신재(18기), 이재림(25기)과 선발급 남태희(4기)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강자들 사이에서 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 성적은 여느 강자들 못지않게 좋고 우승할 때면 항상 꿀배당을 선사하고 있어 가성비 좋은 선수들로 평가받고 있다.

원신재는 2023시즌 내내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이며 6승을 챙기고 있다. 7월21일 금요 경주에서는 믿고 가던 후배 손경수가 앞선에 있는 이현구의 선행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빠른 라인전환 후 3코너 젖히기를 성공시키며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광명스피돔에서 경륜 출전 선수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 제공

한때는 슈퍼특선에서 활약했던 성낙송은 원신재의 몸싸움에 밀리며 착외했고 2, 3착은 각각 이현구, 김우영이 차지하면서 쌍승 100.1배, 삼쌍승 1961.3배의 고배당이 덤으로 따라왔다. 원신재는 8월8일 토요 경주에서도 역시 슈퍼특선에서 활약했던 신은섭을 밀착 마크한 후 막판 추입을 몰아치면서 신은섭을 잡아냈다.

원신재는 2023년 3~6월 빠짐없이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 5위로 출전했던 6월17일(토)에는 이재림의 기습을 3～4코너 젖히기로 넘어서며 우승했다. 인기 2위로 출전한 5월19일(금)에는 최래선과 최병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고전하는 듯싶었으나 막판 외선에서 쭉쭉 뻗어 나오며 자신을 마크한 정상민까지 2착으로 불러들였다.

4월14일(금)에는 황준하의 선행을 요령 있게 따라붙은 후 결승선 앞에서 살짝 잡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인기 순위 꼴찌로 출전했던 황준하도 원신재한테 배려받으면서 2착까지 버틸 수 있었다.

세종팀, 김포팀의 훈련지 대항전이 펼쳐졌던 3월19일(일)에도 인기 5위였던 원신재는 김범수의 젖히기를 추입했던 같은 팀 선배 김형완을 다시 결승선 앞에서 추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2년 5월까지 우수급에서 활약하던 이재림은 일취월장하며 새롭게 ‘고배당 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11월27일(일) 신사팀 선배 정현수의 선행을 추입하면서 생애 첫 특선급 우승에 성공한 이재림은 2023년 5월14일(일) 2승 사냥에 성공했다.

인기 순위 꼴찌를 기록할 만큼 존재감이 없었던 이재림은 류재민의 선행을 깜짝 3～4코너 젖히기로 넘어서며 김민철을 2착으로 불러들였다. 강축으로 나섰던 곽현명이 3착에 그치면서 쌍승 314.5배, 삼쌍승 1267.4배의 배당이 만들어졌다.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이재림은 거침없었다. 2023년 6월16일(금)에는 이현구의 선행을 차분히 추주한 후 여유 있게 잡아냈다. 인기 4위로 출전한 7월23일(일)에는 신사팀 선배 이태호가 젖히기로 손경수의 선행을 넘어서자 뒤를 따라 막판 추입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성낙송이 축으로 나섰던 8월5일(토)에도 3～4코너 젖히기를 작렬시키며 쌍승 96.1배 우승에 입맞춤했다.

이재림은 우승이 아니더라도 강자들인 임채빈, 정해민, 황승호가 출전하는 경주에서도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빠른 상황대처 능력을 앞세워 쏙쏙 2착을 따내는 등 기복 없는 플레이로 팬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1972년생 남태희(51세)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다른 종목 같으면 은퇴를 벌써 하고도 남았을 나이인 남태희는 2018년 3월18일 창원에서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최근 5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나이를 고려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보를 하던 남태희는 2023년 7월에 접어들면서 180도 달라졌다. 여름은 씽씽한 젊은 피들도 힘겨울 수밖에 없지만 남태희는 연일 불볕더위 속을 뚫고 나가며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돌풍의 시작은 7월7일(금) 부산이었다. 타종 선행에 나섰던 한상헌을 추주하던 남태희는 가차 없이 3～4코너 젖히기 승부수를 띄웠고 당황한 김일권도 맞젖히기로 응수를 해봤으나 역부족이었다. 2착은 남태희를 마크한 52세 임병창, 3착은 임병창을 마크한 51세 신영극이 차지하며 ‘지천명 트리오’가 쌍승 209.8배, 삼쌍승 1117.4배의 배당을 합작해냈다.

광명으로 넘어온 남태희는 7월23일(일)에도 선배의 위엄을 보여줬다. 인기 5위로 출전한 남태희는 선행의 칼을 뽑아 들었다. 초반 남태희를 전혀 의식하지 않던 우승 후보 임지춘이 뒤늦게 젖히기로 넘어서려 했으나 여의찮았고 내선에서 남태희를 따라붙었던 구광규, 김세준이 각각 2, 3착을 하며 쌍승 78.7배, 삼쌍승 1760.8배의 이변이 만들어졌다.

남태희는 2023년 7월 2차례 우승이 결코 운이 아님을 입증하며 8월6일(일)에도 승수 사냥에 성공했다. 후보로 입소했던 남태희는 전일 낙차 사고로 인해 대타로 투입됐고 미원팀 1년 선배 신양우와의 협공에 나섰다.

대다수 전문가와 고객은 남태희의 선행을 예상했으나 선배와의 대결에서도 우승 욕심이 있었던 남태희는 초, 중반 이동기의 선행을 십분 활용하는 작전을 선택하며 3승째를 수확해 냈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원신재, 이재림, 남태희는 2023시즌 우승 시 쌍승 평균 배당이 각각 35.7배, 127.3배, 111.1배를 기록할 만큼 가성비 만점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5월부터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이재림과 남태희는 여전히 좋은 배당을 유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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