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TV 한국 거" 이래야 부자 대접받지…이란 기대감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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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혔던 이란 가전시장이 다시 열린다.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시장을 갖춘 이란이 내수경기 활성화에 나서면서 현지 선호도가 높은 한국 가전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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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혔던 이란 가전시장이 다시 열린다.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시장을 갖춘 이란이 내수경기 활성화에 나서면서 현지 선호도가 높은 한국 가전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결자금 문제도 해결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언제든 미국과의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고, 미수금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동결 자금 해제에 합의하면서 국내 가전 기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 동결되어 있는 이란산 원유 수입자금은 약 9조원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란이 이에 반발해 2021년 한국산 가전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의 이란 판매로가 막혔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동결 이후) 국내 가전 기업은 사실상 이란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결자금 해제로 공식 판매로가 다시 열리면 실적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8924만명(2023년 기준)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특히 한국 가전은 현지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다. 봉쇄조치 이전 삼성·LG 가전제품의 현지 점유율은 70%를 웃돌기도 했다. '삼'(SAM)이나 '지플러스'(Gplus) 등 현지 기업은 한국 기업에 비해 선호도가 낮다.
봉쇄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 가전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이란 가전산업협회는 현지 가전시장 규모 60억달러(한화 약 8조원) 중 40%에 달하는 25억달러(약 3조 3000억원)이 밀수 제품으로 추산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 가전제품이 국내 가전제품을 망치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국내 가전업계는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제재 해제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의원장은 "이란 동결자금 해제는 테러 작전과 핵폭탄 우려를 지탱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도 "(해제 조치가) 이스라엘이나 걸프 해역 국가들에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계좌 동결로 발생한 미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2017년 대이란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미수금 규모는 2433억원에 달했다. 2021년 800억여원의 미수금 회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금액이 미수금으로 남아 있다. 자산을 차감시키는 미수금이 늘면 수출 규모(매출)이 늘더라도 당기순이익이 줄어 실적이 악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수출은 먼저 제품을 전달한 후에 대금을 결제받는 계약 형태가 많은데, 중동 지역은 은행의 L/C(신용장) 보증이 잘 안 된다"라며 "국내의 이란 계좌가 닫히면서 연체이자는 물론 미수금까지 받지 못한 기업이 많은 만큼, 거래선이 뜷리더라도 다시 시장에 진출하기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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