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이병헌=최고의 배우"…엄태화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얻은 확신 (종합)

안소윤 2023. 8. 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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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엄태화 감독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배우 이병헌을 비롯한 박서준, 박보영 등 베테랑 배우들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올해 여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잉투기',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엄 감독은 "처음 작업할 때는 여름 텐트폴 영화에 들어갈 줄 몰랐다. 사실 한국 영화의 여름 시장이 가장 크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물론 추석도 있고, 겨울도 있지만 이 시기에 개봉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언제 또 텐트폴을 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올여름 한국 영화 '빅4' 중 마지막에 출격하게 된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엄 감독은 "당연히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쨌든 손익분기점을 맞춰서 영화를 투자하신 분들의 투자금을 회수시켜드려야 하는 게 제 의무이지 않나. 프레임 하나 넣었다 뺐다 하면서 뼈를 갈아 넣는 수준으로 작업에 임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이제는 내려놓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보시는 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아파트로 몰려오는 외부인을 받아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극한의 위기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아파트를 지키고자 하는 입주자 대표 영탁(이병헌)과 대립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엄태화 감독은 "영화를 순서대로 촬영을 했는데, 둘이 맞붙는 신이 거의 후반부쯤에 있었다"며 "촬영 날이 다가올수록 박보영이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을 하더라. 아무래도 한참 대선배와 맞붙는 신이라 부담이 컸던 것 같은데, 잘할 거라고 믿었다"고 박보영을 향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시 촬영 준비 과정을 떠올린 그는 "영화에는 편집이 돼서 안 나왔는데, 영탁이 바깥에서 외부 주민들을 해하고 분노한 상태에서 명화와 마주치는 장면이 있었다. (박보영이) 그때 이병헌 선배의 눈이 너무 무섭다고 엄살을 피우더라. 그래서 일부러 영탁의 얼굴이 가장 무섭게 나온 스틸샷을 박보영에 보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익숙해지길 바랐다. 제가 이병헌 선배의 눈을 '갈치'가 아니라, '멸치'라고 표현을 했다(웃음). 주로 배우들이 작품을 준비할 때 동물이나 사물에 대입해서 상대 배우의 얼굴을 떠올릴 때가 있다고 하더라. 박보영도 영탁의 눈을 공허한 생선의 눈에 대입시키면 부담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작품을 촬영하면서 이병헌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엄 감독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지 않나. 이 역할을 드리는 게 당연했고, 제 캐스팅 제의에 2주 만에 답을 주셔서 너무 기뻤다. 이병헌 선배 덕분에 영화를 잘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감이 들었다"며 "제가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쓰리, 몬스터'(2004)의 막내 연출일 때 이병헌 선배는 주연 배우였다. 연차가 꽤 차이가 남에도, 저를 감독으로서 존중해 주셨다. 한 커트 촬영이 끝날 때마다 '수정할 거 있어요? 어땠어요?'라고 물어보시고, 디테일한 텐션도 잡아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의 매력 포인트도 짚었다. 엄 감독은 "일단 재난물이나 디스토피아물은 어쩔 수 없이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인데, 여기에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라는 각각 주연급 배우들이 모여 작품을 선택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완성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배우들도 예술 영화가 아니고 상업 영화로서 미덕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저 역시 130분 동안 몰입이 될 수 있는 재밌는 상업 영화로 보이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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