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박살나도 도전…예상 깨고픈 욕심 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각자도생이 기본값이 된 재난 상황, '그래도 다같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비현실적이라고 하겠지만 그의 존재 덕분에 사람들은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명화를 연기한 배우 박보영과 만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처음 시나리오를 한 3번 정도 멈추면서 읽었어요.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변해가는 민성을 보면서 '이래도 되나?' 하면서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너무 하고 싶다!' 외쳤죠.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가 느꼈던 흥미진진함이 영화에도 잘 담긴 것 같아요."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황궁 아파트 주민이다. 대지진 이후 남편 민성(박서준)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 간호사로서 다친 주민들을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점점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걱정하기 시작한다.
"명화는 의심스러운 사람을 파헤치고 사람들 앞에 공개까지 할 수 있는, 강단이 있는 사람이죠. 저라면 그런 용기는 못 냈을텐데 연기하면서 대단하게 느꼈어요. 외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더 꾀죄죄하게 보일까' 고민하면서 머리에 오일을 계속 발랐어요. 오래 못 씻었을테니까 머리에 기름기부터 보여주고 싶어서요. 사실 원래 저는 명화보다 밝은 사람이고 목소리에 콧소리도 좀 있거든요. 자꾸 애교 섞인 말투가 나와서 고민이었어요. 민성이가 화장실에 숨을 때 '오빠도 빨리 들어와'라는 대사가 '빨리 들어왕'으로 들리더라고요.(웃음) 그런 게 아쉬워서 후시 녹음할 때 다시 작업하곤 했죠."
명화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선한 신념을 지킨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곤경에 처한 외부인에게 선뜻 방 한 칸을 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남편 민성(박서준)과 갈등하기도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유일한 희망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변화를 겪는 사람들 속에서 명화만 혼자 신념을 가져가니까 평평해 보일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민폐라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명화 같은 캐릭터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꼭 영화처럼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명화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잖아요. 저는 명화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어요."
박보영은 힘 있는 목소리와 또렷한 눈빛으로 무너진 세상 속, 온기를 전파하는 명화의 단단한 심지를 그렸다. 한동안 통통 튀는 캐릭터들로 사랑받아온 박보영의 한층 성숙해진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얼굴이 분명 있긴 한데 그걸 깨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전에도 알게 모르게 도전은 많이 해왔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 연장선상에 있고요. 갑자기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제 얼굴 안에서 조금씩 변주하면서 약간 스며드는 작전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도 배우라면 모든 장르의 문을 다 열어봐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겁나기도 하지만 슬프고 박살나더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제 모습이 생각보다 괜찮았던 적도 있으니까요."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너의 결혼식' 등이 흥행하면서 작품이 종영한 뒤에도 꽤 오랜 시간 박보영은 '뽀블리'로 불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수혜를 입기도 했지만, 여느 배우가 그렇듯 박보영에게도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언젠가 한번쯤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박보영은 "'뽀블리'라는 애칭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울해서 기분이 지하까지 내려갈 때도 '뽀블리'로 불리면 '척'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이젠 '이것도 나구나' 싶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전엔 동안에 대한 불만이 있었죠. 지금은 '감사한 줄 알아야지!' 그런 마음이 들어요.(웃음) 강점이 하나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저도 이제 30대 중반이라 제 눈에는 좀 성숙해진 게 보이는데 그래도 동안이라면 시간이 좀 천천히 흐른다고 생각하니 행복해요. 배우로서 열심히 관리도 해요. 다른 관리가 아니라 '나이를 잘 먹어보자'는 의미로요. 건강 관리도 하고 사람들 앞에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자연스럽게 성숙해지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어요. 한 살씩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는 게 저는 좋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요,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니까 선택지도 많아져요. 지금보다 어렸다면 명화를 못했을 거예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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