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상륙작전’ 벌어진 이 업종...호황에도 직원 못구해 난리라는데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8. 16. 07: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600명, 현대重 200명
반년새 회사 떠나고 인재는 기피
한화오션, 무한채용 방침 밝혔지만
직원수는 오히려 줄어들어
판교 등에 설계·연구개발 거점 마련
우수 엔지니어 확보 주력
조선·철강 등 소위 중후장대 산업이 장기간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력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20·30대에서 지방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구직자들이 지방에 사업장을 둔 제조업체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의 근간인 주요 제조업체들은 수도권에 설계,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고 고급 인력들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각 사들이 제출한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직원(정직원) 수는 올해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별로 작년 말과 올해 6월 말 직원 수를 살펴보면 포스코는 1만7107명에서 1만6589명, HD현대중공업은 1만2287명에서 1만2090명, 삼성중공업은 8556명에서 8501명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업황 전환(턴어라운드)으로 실적이 개선추세인 곳이라 이같은 인력 감소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포스코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21조5985억원을 기록했다. 전세계 철강업계 공급과잉의 진앙지였던 중국 철강업계가 최근 3년여간 조강생산량을 줄이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서다. 여기에 포스코는 미래 철강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에 회사 명운을 걸고 연구개발에 전력하고 있어 우수 인력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구직자들이 포항, 광양 등 포스코 생산거점이 있는 지역 근무를 꺼리고 있어 인력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울산, 거제 등 해안과 인접한 지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조선업계도 인력확보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22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오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났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2분기 흑자전환했고, 올해 들어 76억달러 어치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의 64%를 달성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일감이 급격히 늘면서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조선업계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범위를 넓혀 작년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300명이 넘는 직원이 1년 새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무제한 인력채용’ 방침에 따라 인재확보에 박차를 가했지만 올 6월 말 직원 수는 작년 말 보다 55명 감소한 824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방에 사업장을 둔 제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작년 말 6만4840명이던 직원 수가 반년 새 1800여명 감소해 올 6월 말 6만3020명으로 집계됐다.

윤석열정부가 원전 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올해 2조9000억원 어치 신한울 3·4호기 수주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도 제조업 기피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년여 만의 원전 산업 활성화로 인력 확충이 시급하지만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작년 말 4510명에서 4449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제조기업들은 우수 엔지니어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설계, R&D 거점을 마련하고 인력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근무 여건이 좋은 판교 등지에 설계·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모회사인 HD현대는 작년 말 성남 판교에 본사 건물을 신축하고 그동안 서울, 울산, 전남 영암 등으로 분산됐던 R&D 인력들을 이곳 본사로 불러모은 상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판교 신사옥에 거점을 마련한 이후 우수 인력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그룹도 R&D센터 격인 미래기술연구원 일부 조직을 수도권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1월 3일 양재동 등 서울 곳곳에 분산돼 있던 사무실을 모아 판교 그레이츠판교(옛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했다. 이번에 판교로 이동한 인력은 1100명에 이른다. 국내 철강회사가 판교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그룹도 2020년 정자동에 27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설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 두산밥캣, 두산큐벡스 등이 입주했다.

애초 수도권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인재 확보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경기도 과천에 R&D캠퍼스를 두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직원 수가 2500여명 증가했고, SK하이닉스와 LG엔솔도 각각 300여명, 700여명 늘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