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두 번째 부모

김란주 대덕중학교 교사 2023. 8.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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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23년이 되었다.

어른들도 회사와 집에서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아이들도 집에서와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 아이들이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우울과 불안을 겪을 때 위로받고 해결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학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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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주 대덕중학교 교사

올해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23년이 되었다. 고만고만한 중학생들을 20년 이상 가르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며 사회 변화와 함께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점점 더 중요한 아이들의 작은 사회가 된다. 어른들도 회사와 집에서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아이들도 집에서와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이 시키는 것을 잘 해내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집에서는 말 한마디 없는 아이가 학교만 오면 수다쟁이가 되고 학급 친구들이 모두 인정하는 인싸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 중에는 선생님께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울기도 하고, 아이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배워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학교가 맡아야 할 교육의 범위가 끝없이 확장되어, 지식 전달에서 나아가 초등학교 1학년 배변 교육, 식사 지도에서 인성교육, 생활지도, 대인관계 지도, 진로 지도, 학부모교육까지 이루어진다. 심지어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 아이들이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우울과 불안을 겪을 때 위로받고 해결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학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교육이 교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교사는 두 번째 부모라고 할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없듯, 학생을 사랑하지 않는 교사도 없다.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고 서로를 탓하는 순간 그 피해는 오롯이 아이에게 갈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는 마을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가 함께 키운다. 학교와 가정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아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며 애정과 사랑을 쏟아부었을 때 우리 아이, 내 아이가 바로 성장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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