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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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나고 제방이 무너지던 날, 나는 옛날 농가, 시골집에 갇혀 있었다.
이 둑이 범람하거나 무너지면 우리 집은 수몰을 면치 못한다.
나누는 즐거움으로 가꾼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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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나고 제방이 무너지던 날, 나는 옛날 농가, 시골집에 갇혀 있었다. 우리 집은 동네 안길보다 낮은 도로 안쪽에 위치해 있다. 쏟아지는 빗물이 도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당으로 역류한다. 손쓸 새도 없이 마당이 저수지로 변했다. 이미 헛간 바닥은 물에 잠겼고 아래채 살림방 문지방까지 넘실거린다. 이걸 어쩌나. 무엇인가 하긴 해야겠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TV에서는 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사라진 모습과 지하도에 수몰된 자동차와 인명 피해를 숨 가쁘게 보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재난 문자가 폭우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동네 들어오는 입구 지하도가 잠겼다고 했다. 위험 지역은 마을 회관으로 대피하라고 한다.
저녁 때가 되자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마당의 물이 조금씩 빠진다. 장딴지 아래로 물이 빠지자, 집 앞에 있는 도랑(도암천)으로 나갔다. 성난 물줄기가 소리치며 내달린다. 이 둑이 범람하거나 무너지면 우리 집은 수몰을 면치 못한다.
밤이 되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듯하다가 갑자기 폭우로 변하면 물이 다시 차오르기 때문이다. 아침 하늘에는 구름만 가득하고, 마당에는 물이 쑥 빠졌다. 아침 식사도 잊은 채 달려간 들판은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어렸을 때도 번번이 금강이 역류해 물에 잠기는 것을 봤다. 피땀 흘려 지은 일 년 농사를 한순간에 잃은 아버지의 탄식과 어머니의 눈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옛날 아버지가 토해내던 탄식이 내 입에서 터져 나온다. 고추, 참외 등 모두 물에 잠기고 옥수숫대 수술만 빼꼼하게 보인다. 나누는 즐거움으로 가꾼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수해 복구 현장의 봉사자들, 군인과 공무원들의 구슬땀에서 희망을 본다. 그런데 더욱 희망적인 것을 보았다. 몇 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피라미 떼가 비늘을 반짝이며 도랑으로 올라온 것이다. 모래톱도 생겼다. 다슬기가 다시 살아나고 반딧불이가 돌아와서 여름밤 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새로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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