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뜨거운 감자' 인천 송도 K팝시티 향방은

최은지 2023. 8.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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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의혹에 오피스텔 난개발 우려도…명확한 공모지침 필요
말발굽 모양의 송도 8공구 R2블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8공구의 노른자위 땅에 추진될 'K팝 콘텐츠시티' 사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특혜 의혹부터 시작해 사업성과 개발 계획에 대한 의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논란이 잇따르자 인천경제청은 당초 검토했던 수의계약 대신 제안공모 방식으로 선회했지만 구체적인 공모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논란의 핵심 'R2블록'…불투명한 사업 추진에 잡음

앞서 인천경제청은 박남춘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인 2021년 11월 국내 대형 기획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인천경제청과 컨소시엄이 대중문화 콘텐츠 확보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1년 넘게 구체적인 사업 추진 상황은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사업이 송도 8공구에 장기간 방치된 R2블록(15만8천㎡)과 연계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달부터다.

인천경제청이 인천도시공사에 R2블록을 수의계약으로 매각 가능한지 묻는 공문을 보내면서 특정 민간사업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제안자의 제안에 대해 인천도시공사 의견을 물었을 뿐 정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고가 입찰로 진행하면 비싸게 땅을 산 사업자가 수익성을 위해 오피스텔만 조성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제안공모로 R2블록과 인천경제청 소유인 인근 B1·B2블록(4만9천㎡)에 K팝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함께 발표했다.

대략적인 계획은 이 부지에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유치하고 K팝 전용 아레나와 제작 스튜디오 등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은 해명에도 공정성 논란은 좀처럼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R2블록은 토지를 매입한 민간사업자가 개발 전 상세개발 계획서를 제출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특별계획구역인 데다 주거시설이 밀집한 8공구의 소위 '알짜배기' 땅이기 때문이다.

대형 사업자를 유치하려면 어느 정도 물밑 협상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이번 사업은 개발 방향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검토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동안 송도에서 추진된 다른 개발 프로젝트들은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부지 특성에 맞는 개발 방식을 검토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게다가 인천경제청의 발표 직후 토지 수의계약을 질의한 특정 사업자가 6조8천억원을 들여 K팝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자 제안공모가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특혜 논란이 일자 수의계약에서 제안공모 방식으로 급히 바꿨지만 결국 특정 업체가 중심에 있다 보니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개발계획이 쟁점…'오피스텔밭' 우려

송도 R2블록 개발계획에 반발한 송도5동 주민들이 지난 1일 개최한 집회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팝 시티 사업의 성패는 부지에 지어질 오피스텔 수와 공익시설 규모 등 구체적인 개발계획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상업용지인 R2블록에는 84㎡ 기준으로 오피스텔 최대 7천461세대를 조성할 수 있다.

B1·B2블록에는 각각 오피스텔 1천262세대와 751세대를 지을 수 있어 세 블록을 합치면 모두 9천474세대에 달한다.

이는 84㎡ 기준이어서 원룸 등으로 더 작게 쪼개 짓는다고 가정하면 오피스텔이 최대 1만5천세대까지도 들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R2블록 특성상 대규모 오피스텔이 또 들어설 경우 교통난과 학급 과밀 등 주거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사업자는 통상 수익사업인 오피스텔 건립에만 주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제한 규정도 필요할 전망이다.

인근 주민들로 꾸려진 송도5동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는 지난 9일 인천시청 홈페이지에 'R2·B1·B2블록 난개발을 막아달라'는 시민 청원을 올리고 주거용 오피스텔 대신 필수 생활시설을 유치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지난 2월 인천경제청은 B1블록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불허하고 학원이나 병원 등이 들어올 수 있게 개발계획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인천경제청은 약속을 지키고 8공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상업·편의 시설을 유치해 달라"고 청원했다.

인천경제청이 K팝 시티의 기반시설 중 하나로 꼽은 대형 공연시설 '아레나'도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 영종과 청라는 물론 경기 일산, 서울 창동 등 수도권 곳곳에서 이미 아레나 공사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은 제안공모에 앞서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맞춰 공모지침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나 빠르면 9월께 제안공모를 위한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내용을 고려해 공모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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