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년 만의 포상 신청…아직도 역사 속에 묻힌 열사들
[앵커]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정부는 독립유공자로 예우합니다.
하지만 '활동'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십년 째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독립운동가가 적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 묻힌 독립지사들의 이야기를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33년 신사참배 거부 운동 등에 앞장섰다 스무 살에 고문사한 윤재환 지사.
하지만 입증할 기록이 없단 이유로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이 자료를 그러모아 2021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 꼬박 83년이 걸렸습니다.
[윤용택/윤재환 지사 장조카 : "그 감회라는 건 말할 수가 없었죠. 그동안 명예회복을 못 시켜 드렸다는 죄 때문에..."]
1896년 경남 진주에서 활동한 정한용 의병장.
의병 해산 후 숨졌는데, 공적을 아직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전해 들은 내용뿐 자료가 부족하단 게 이유였습니다.
동료를 배신한 듯한 내용이 담긴 논문 한 건도 문제가 됐습니다.
[정연확/정한용 의병장 증손자 : "(보훈처에서) 참 너희 집은 억울하다. 진짜 억울하다. 그러나 논문에 수록된 사건을 손 댈 수가 없다."]
그런데 한 국립대 연구소가 의병 해산 뒤 고종 황제가 정 의병장에게 벼슬을 내린 기록을 찾아내 최근 발표했습니다.
유족들은 이를 토대로 정 의병장이 세상을 떠난 지 88년 만에, 다시 포상을 신청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연확/정한용 의병장 증손자 : "정한용 의병 대장이 이런 오해로 서훈을 못 받을지언정. 그와 같이 일을 도모하시는 분들은 서훈을 받아야 할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연구진과 유족이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내 발굴한 독립운동가는 지금까지 4,377명입니다.
[이태룡/박사/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 "그 당시에 재판 기록이 있잖아요.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쉽지 않죠. 독립유공자 후손이라고 하더라도 포상 신청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발굴되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힌 독립운동가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걸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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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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