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월북 미군병사 첫 언급···“인종차별 반감에 넘어왔다 자백”

박광연 기자 2023. 8. 16. 0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 느껴 망명 의사”
‘인권 문제제기 부당’ 국제사회에 호소 의도
판문점 남측 구역에서 한국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인종차별과 학대에 대한 불만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킹 이병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 문제가 있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인권회의 소집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도’를 발표했다. 킹 이병이 지난달 18일 판문점에서 무단 월북한 지 한 달 만에 북한 당국의 첫 입장이 나온 것이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북한)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트래비스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 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통신은 킹 이병에 대한 조사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킹 이병의 망명 당시 상황에 대해 “7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남조선 주둔 미군 소속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그러면서 “15시30분 관광객들 속에 끼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북·미) 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계실(휴게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하였다가 근무 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되였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은 지난달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달아난 뒤 다음 날 판문점 견학에 참여하던 중 무단 월북했다.

미국은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측을 잇는 직통전화(핑크폰) 등으로 북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소통과 정보 교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킹 이병 월북 한 달 만에 관련 내용을 발표한 것은 최근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킹 이병에 대한 미군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가 부당하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 요청대로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리면 이는 2017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전날 밤 담화에서 “자국 사회에 만연하는 인종차별, 총기류 범죄, 아동학대, 강제노동 행위들을 묵인 조장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들에 반인륜적인 인권 기준을 강요하며 내부 불안정과 혼란을 조장하는 미국이야말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 중의 위협”이라며 북한 인권 회의 소집 추진을 비판했다.

북한이 향후 조사 결과를 추가 발표하는 방식 등으로 주요 국면마다 킹 이병 월북 사건을 이용하려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에 대한 반박거리로 킹 이병 문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킹 이병 문제를 활용해 내년 미국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려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킹 이병 관련 북한 보도에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마틴 메이너스 국방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런 주장을 검증할 수 없다”며 “국방부의 최우선 순위는 킹 이병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가능한 통로를 활용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