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규어의 담긴 열정, 그리고 아쉬운 결정 – 재규어 C-X75
지금의 재규어의 모습,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의 국내에서의 모습을 본다면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표현이 참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지만 이전에는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표현을 거침 없이 사용해왔다.
그리고 실제 브랜드의 역사에 있어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특별하고 대담하며, 빠른 차량도 많았으며 이를 입증하는 ‘모터스포츠 활동’ 역시 적극적으로 전개해왔다.
이러한 단서 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자, 아쉽게도 ‘양산되지 못한 존재’인 C-X75다. 극한의 재규어, 그러나 등장하지 못한 존재, C-X75는 어떤 차량일까?
XJ220의 뒤를 잇다
지난 1992년, 재규어는 브랜드의 특별한 하이엔드 모델 ‘XJ220’를 선보였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그 수명은 짧았으며 또 다른 ‘경쟁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모습이었으나 재규어 브랜드를 이끌기엔 충분한 차량이었다.
특히 XJ220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체와 함께 540마력과 65.5kg.m의 토크를 내는 V6 3.5L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정지 상태에서 단 3.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고 최고 속도는 354km/h에 이르렀다.
그리고 시간의 흐른 2010년, 재규어는 다시 파리 모터쇼에서 특별한 2인승 하이엔드 모델 ‘C-X75’를 공개한다.
극한의 드라이빙을 추구하다
재규어 C-X75은 드라이빙에 집중한 차량인 만큼 극단적인 프로포션을 자랑한다. 4,646mm의 전장을 갖췄으며 각각 2,040mm와 1,160mm의 전폭과 전고를 앞세웠다. 다만 C-X75은 최종적인 양산은 취소된 차량인 만큼 그 외의 자세한 제원 등은 따로 알려지지 않았다.
당대 재규어 디자인의 방향성을 담은 날렵한 헤드라이트, 그리고 더욱 넓은 프론트 엔드 등을 앞세웠다. 실제 이러한 모습은 이후 등장한 재규어의 스포츠 쿠페 및 컨버터블 모델인 ‘F-타입’에 큰 영향을 준다.
이와 함께 낮은 전고를 강조한 차체의 형태, 그리고 낣은 루프 라인 등이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또한 네 바퀴의 화려한 휠, 그리고 거대한 공기 흡입구 등이 특별한 매력을 자아냈다.
후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얇고 길게 그려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날렵함과 대담함이 돋보이는 바디킷이 자리한다. 후면 디자인은 컨셉, 프로토타입 그리고 007 스펙터 출연 사양 등 ‘사양에 따른 차이’가 있다.
컨셉 모델, 그리고 프로토타입 및 영화 등에 출연한 ‘비 양산 차량’이었던 만큼 실내 공간의 구성과 연출은 일반적인 차량과 사뭇 달랐다.
화려한 구성과 함께 고급스러운 소재, 정교한 연출 등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미래적인 감성은 물론이고 ‘컨셉’ 모델만이 가질 수 있는 실재하기 어려운 연출 등이 더해져 더욱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다
재규어 C-X75의 핵심은 바로 극한의 드라이빙을 구현한 성능에 있다. 이는 전작이라 할 수 있는 XJ220에서 계승된 부분이다.
XJ220은 이후 등장한 ‘맥라렌 F1’에게 주행에 관련된 모든 기록을 ‘허용’ 당했지만, 적어도 F1의 등장 이전까지는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기민한 차량을 목표로 했고, 실제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XJ220를 계승한 C-X75 역시 극한의 성능, 그리고 보다 강력한 주행 성능을 추구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이고 바이오 연료 및 천연 가스 등 다양한 엔진에 대응할 수 있는 ‘마이크로 터빈’ 엔진이 언급됐지만, 프로토타입에서는 ‘1.6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엔진은 507마력을 낼 수 있으며 YASA 사의 강력한 전기 모터 두개를 전륜과 후륜에 배치해 합산 출력 890마력, 그리고 102kg.m에 이르는 막강한 토크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322km/h에 이르는 뛰어난 초고속 주행 성능을 갖췄다. 참고로 007 스펙터에 등장한 C-X75은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재규어의 V8 엔진이 탑재됐다.
참고로 이러한 주행 성능의 구현, 그리고 각종 조율 부분은 재규어의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F1 무대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윌리엄스(Williams Advanced Engineering)’이 담당해 완성도를 높였다.
폐지된 프로젝트, C-X75
워낙 강력한 성능, 그리고 특별한 디자인과 ‘재규어 브랜드의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담았던 만큼 C-X75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2012년 말, 재규어 내부에서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는 초고가의 차량을 출시하는 건 옳지 않다’라는 판단 하에 C-X75를 양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신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 배드 개념으로 전환해 다섯대의 프로토타입을 개발,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실증하고, 이를 향후 재규어 차량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재규어는 이후 다섯 대의 프로토타입 중 007 스펙터 촬영을 위한 차량을 포함한 세 대의 C-X75를 경매에 내놓고, 재규어 미래 박물관 및 재규어 브랜드 활동에 각각 한 대씩 배정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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