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항체치료 임상 국책연구, 어떤 '부작용' 있었나?
“DNP001 임상진행 현황에 대해서 박성회 선생님께서 어제 귀국 후에 제게 전화로 자세한 사항을 물으셨고…. DNP001 임상시험은 빨리 접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상장도 일단 철회하기로 하였기에,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이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때, DLT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됩니다.”
위 내용은 경향신문의 취재로 그 ‘검은 실체’가 밝혀진 ‘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와 관련해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경천 교수가 자신이 연구소장으로 겸직하고 있는 신약개발 벤처기업 ‘다이노나’의 송형근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의 일부이다. 백혈병 치료항체인 DNP001은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을 정년퇴임하고 5년간 서울대 석좌교수를 지낸 박 교수가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제에엘원(JL1)의 키메라항체를 말한다. DLT는 투여제한독성을 뜻한다.
이메일 시점은 2016년 4월 8일이다. 박 교수는 이 이메일이 보내진 시점 2시간 전에 정 교수에게 “어제 네 얘기를 듣고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면서 “치료 항체는 인간을 궁극적으로 대상하는데, 단백구조에 이상을 발견하고도 임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의료 윤리상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문제의 국책연구는 범부처(보건복지부, 교육부, 과기부 등) 사업비 20억 2000만원과 다이노나의 연구비 20억 2000만원 등 총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연구 중간에 ‘백혈병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중대 사실’을 연구 관계자들이 인지하고도 1년 가까이 임상을 지속했다. 그 사실을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임상수행 기관 등 그 어느 곳에도 알리지 않았다. 2016년 8월 12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에도 돌연변이 발생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5년 가을에 있었던 코스닥 상장 심사나 추가 펀딩을 위해 열렸던 2016년 기자회견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윤리 및 의무 규정과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은폐’ 국책연구 보고서에 모두가 속았다-경향신문 8월 4일자 11면, 은폐로 얼룩진 신약개발 국책과제-시사정론지 ‘주간경향’ 1540호 단독보도 참조)
정 교수의 메일 내용은 임상시험에 참여해 돌연변이가 발생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백혈병 환자들(17명)에서 임상 도중에 부작용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이러한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의 정황을 보여준다.
보통 급성 백혈병 환자들은 면역력이 거의 없거나 매우 약하기 때문에 면역 관련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메일에서 언급한 부작용은 무엇인가? ‘DLT까지 발생하면…’ 이건 무슨 의미인가? 연구보고서를 보면 ‘8㎎ 용량 투여 2명에서 그레이드2의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건 경미한 부작용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국책연구는 정 교수의 메일 시점으로부터 3개월 여만에 중단됐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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