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우주에 반사거울 달아 기후변화를 막자굽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에너지 전환이에요. 우리가 쓰는 전기와 연료를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에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거죠. 둘째는 나무를 심고 숲과 갯벌을 보전하듯 ‘자연의 힘’을 빌리는 자연기반해법(NBS)이죠. 자연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힘이 있잖아요. 근데, 우리가 자연을 훼손해 온실가스가 늘어난 거고요. 셋째는 수요관리, 그러니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고기를 덜 먹는 것처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겁니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과 수요관리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에너지 전환이 꼭 필요한 거고요. 하지만 이조차도 산업계의 반발, 부지를 둘러싼 갈등, 자연 훼손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아요. 우리 모두 고통 분담을 합의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진심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죠.
여기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면 기후변화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태양지구공학’이라고도 불리는 ‘태양복사관리’(SRM)예요. 태양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를 수정 혹은 관리(Solar Radiation Modification or Management)함으로써,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에너지 양 자체를 줄이자는 거죠. 햇볕이 주니, 지구 온도도 낮아지겠죠?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랄 만한 해법! 우주에 대형거울을 설치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반사해 멀리 보내버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요. 이른바 ‘우주 거울’이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원래는 추운 곳을 좀 따뜻하게 하려는 ‘날씨 조작 수단’으로 생각했어요. 지금과는 반대죠. 러시아 과학자들이 실험한 ‘즈나먀 프로젝트’예요. 악명 높은 러시아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인 거죠. 러시아는 1993년 지름 20m의 우주거울을 우주정거장에 설치해, 지구에 지름 5㎞의 밝은 점을 만드는 데 성공해요. 보름달 정도 되는 광도였다고 해요.
우주거울 얘기는 잠시 수면 밑에 가라앉았다가,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앤드루 양이 비상시 빠르게 개폐 가능한 우주거울을 장착한 위성을 지구 궤도에 띄우자는 제안을 하며 다시 화제가 됐죠. 이를 위해 20년 동안 4조8600억달러(약 6300조원)가 든다고 했고요.
이보다 현실성 있는 1순위로 꼽히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뿌려 인공구름을 만드는 거예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쓱’ 뿌리기만 하면 돼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지 않고 돈도 많이 안 들어요.
이 방법은 대형 화산이 터졌을 때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어 지구 온도가 냉각되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에어로졸로 만든 인공구름이 화산재의 역할을 하죠. 미국의 스타트업 ‘메이크선셋’은 유황을 넣은 풍선을 날리는 실험을 했는데, 성층권에 방출된 유황 1g당 이산화탄소 1t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요.
이밖에 구름을 하얗게 만들어 태양에너지 반사율을 높이는 방안, 바다에 식물 영양분을 투입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방법들, 정말 가능할까요? 그리고 괜찮을까요?
지난 3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현재로선 중∙단기적으로 대규모 태양지구공학 해법을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현명하지도 않습니다”.
어? 그런데, 조건을 달았네요.
“기후행동이 불충분할 경우, 이러한 견해는 바뀔 수 있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지금도 기후변화로 교란됐지만) 생물∙물리학적 시스템의 총체적 혼란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어요. 오존층이 손상될 수 있고, 햇빛 감소로 광합성이 교란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이 기술은 마약과 같아서 한 번 쓰면 계속 써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사용을 중단하는 순간 지구는 바로 끓어오를 테니까요.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평생 진통제를 맞는 셈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의 수석과학자 앤드리아 힌우드는 “태양지구공학 분야 연구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모델링도 발전했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잠재적 위험에 대한 훨씬 더 많은 경험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죠.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보다 우리의 평화, 건강 및 복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확언했어요.
최근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의 연구도 주목됩니다. 이들은 에어로졸로 만든 인공구름이 서남극 빙상의 해빙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했는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병행하지 않는 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잠재적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거죠.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 어쩌면 인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양지구공학을 쓸지 몰라요. 그러면 예측하지 못한 아주 불행한 상황이 덮칠 수 있겠죠. 부자나라와 부유한 사람들은 이 위험한 도구의 부작용을 어떻게든 피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당하기만 할 거예요.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의 제목이 뭔지 아세요? ‘하나의 하늘’(One atmosphere)이에요. 저 하늘이 부자들만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하늘은 우리 모두 것이랍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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