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고비마다 조언… 尹의 ‘제1 멘토’ 윤기중 교수 별세 [尹대통령 부친 별세]
윤기중 교수 ‘자유시장’ 주창
한국 통계학 기틀 잡은 학자
“부정한 돈은 절대 받지 마라”
尹 검사시절 입버릇처럼 강조
‘강직한 원칙주의’ 부전자전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생전 윤석열 대통령의 정신적 기둥이자 국내 통계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원로 학자였다. 윤 대통령의 생애 ‘제1 멘토’로서 가치관과 국정철학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고인은 15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곧바로 병원을 찾아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현직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李 대표 조문 받는 尹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조문을 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 교수는 강직한 성품을 지닌 원칙주의자였다. 사법고시 합격이 늦었던 윤 대통령이 비교적 늦은 나이로 검사에 임관하자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며 동기와 후배들에게 밥 사라고 카드를 만들어줬다는 일화도 있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로펌에 몸 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저녁 식사를 했을 때도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를 잘 수행하라”고 격려했다.
윤 교수는 연세대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원칙주의자 교수로 기억된다. 윤 교수가 임용될 당시에는 박사 학위가 없이 교수가 된 이들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구제 박사’ 제도가 있었다. 논문을 다른 대학 교수들에게 심사받아 학위를 받는 제도로 사실상 서로가 박사 학위를 주는 셈이었다. 윤 교수는 ‘그런 식으로 학위를 받는 건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강골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지게 된 것은 이런 부친의 기질을 물려받았다는 게 주변 이들의 전언이다. 윤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했다. 학계에서 윤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 기본 취지와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정경유착 문제 역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이들의 반칙 때문으로 보고 시장경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는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도 서울대 법대 입학할 당시 윤 교수가 선물한 책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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