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공조관계 명문화… ‘새 이정표’ 캠프데이비드 원칙 의미와 전망은 [韓·美·日 ‘캠프 데이비드 원칙’]

이지안 2023. 8.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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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3국 협력’ 후퇴 없게… ‘쿼드’ 맞먹는 효과
바이든, 韓·日관계 해빙국면 적극 활용
‘가장 약한 고리’ 재부상 가능성 최소화
재선 도전과정 핵심 성과로 홍보할 듯
전문가 “제도화할수록 번복 어려워져”
대통령실 “회의 정례화 성명에 명시 등
구체적 사안 정상회의 직전까지 논의”

한·미·일 3국이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것으로 알려진 ‘캠프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은 윤석열정부 들어 맞게 된 한·일관계 해빙 국면을 이용해 3국 공조를 강화하고, 후임 정권에서 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일이 없도록 못 박겠다는 의미다. 3국 협력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꼽혔던 한·일관계 문제가 추후 재부상할 가능성을 미리 없앤다는 취지다. 이는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는 14일 전화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화해를 이용해 3국 관계의 진전 상황을 제도화하고, 이를 미래 지도자들이 되돌리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번 정상회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3국 간 협력을 정례·공식·제도화할수록 이를 되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제언했다.

미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캠프데이비드 원칙 합의를 한·일 양국에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이 바뀔 경우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뤄 놓은 한·일관계 정상화 성과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국이나 일본을 제외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제도적인 한·미·일 협력틀을 최대한 마련해 놔야 역내 안보동맹 후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UPI연합뉴스
3국 공조관계를 명문화한 캠프데이비드 원칙이 채택되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핵심 성과로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한·미·일 3국 공조에서도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3개국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정식 협의체와 맞먹는 중국 견제 효과를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강화에 힘써 왔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하는 모든 연합 중에서 중국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일 3자 구도”라고 평가했다.

공동성명 등에서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어 중국과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연합군사훈련 정례화를 통해 3국의 안보 공조 체제가 영구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례화된 훈련에는 “3국이 실시간으로 레이더와 위성·무기 시스템을 조합,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파괴하는 훈련이 포함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한·미·일 정상이 ‘위기(crisis) 시 협의 의무(duty)’에 합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FT는 최근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받았을 경우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군사적 상호 방위는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3자 간 상호방위공약을 담은 공식 안보협정 등이 마련될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안보 영역에서 3국을 더욱 가깝게 할 몇 가지 조치를 통해 집단 안보가 강화할 것이지만, 3국 간 안보 프레임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공감대를 갖고 (캠프데이비드 원칙 채택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결과물을 내던 캠프데이비드의 역사적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의가 주는 무게감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평가다.

3국이 성명에 담길 문구 선택과 표현 수위에 특히 고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캠프데이비드 원칙이 문서 형태로 공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의 정례화 등을 공동성명에 명시할지 회담에서 언급할지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정상회의 직전까지 논의한 뒤 문서의 문구를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문서와 관련해 “평문으로 풀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공동성명 형태가 나올 수 있고, 그런 공동성명을 어떤 원칙하에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전문가들이나 언론인들이 파악할 수 있는 주제형 요약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가)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장을 연 21세기 외교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의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안·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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