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벽식 구조 아파트 사세요"…非 무량판 홍보하는 분양업계

"철근 누락이 문제인 건 알면서도 비정상 공법처럼 느껴진다" 반응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악화하자 그와 다른 건축 공법을 적용한 점이 홍보 요소가 되고 있다. 사진은 한 민간아파트의 벽식 구조 홍보 문자(독자 제공). 2023. 8. 11/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철근 콘크리트 벽식 구조 아파트 분양 안내드립니다."

아파트 청약에 관심이 많은 서울 거주 직장인 A씨(32)는 최근 한 분양 홍보 문자를 받고 솔깃했다. A씨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뉴스를 보고 무량판 구조가 붕괴의 한 원인이라고 들어 불안이 컸는데 벽식 구조라고 하니 눈길이 갔다"고 했다.

1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대중 인식이 악화하자 무량판이 아닌 다른 건축 공법을 적용한 단지는 이를 적극 어필하며 홍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주요 원인이 대들보 없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무량판 구조의 기둥부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으로 지난달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직후 기둥식, 벽식, 라멘구조 등 건축 공법에 관심이 높아졌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우리 집도 설마 무량판 구조 아파트일까? 무량판 구조 아파트 확인 방법 및 리스트', '무량판 구조 확인하는 방법과 제대로 시공하는 모습' 등의 게시 글이 인기다. 공사현장 사진만으로 '무량판구조로 짓고 있는 건지' 묻는 글도 보인다.

사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무량판 구조 자체가 아니라, 철근 누락이다. 기둥만으로 지붕을 받쳐야 하는 설계를 적용해 놓고 설계과정에서 한차례, 시공과정에서 또 한차례 철근이 빠졌다. 결국 필요한 전단보강근 32개 중 총 19개가 빠졌다.

다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한번 각인된 부정적 인식을 뒤집긴 쉽지 않아 보인다.

A씨는 "무량판 구조도 정상적인 방법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마케팅에 이용되니 마치 비정상적인 구조로 비치는 것 같다"면서도 "당분간 투자목적으로 부동산 매입시 무량판 구조는 꺼려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정부는 9월 말까지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약 25만가구)의 철근 누락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정부는 9월 말까지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약 25만가구)의 철근 누락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미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공사 중인 건설사는 당황스럽단 입장이다. 완전 무량판은 아니라도 벽식, 기둥식과 혼합 적용한 현장도 많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는 민간부문·주거부까지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터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주거공간에선 많이 쓰여왔고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건물에도 적용된 공법"이라면서 "하중이 다른 지하주차장까지 확대적용한 게 문제였고, 철근 누락은 시공의 문제인데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검증된 공법까지 위험하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건 (우려된다)"고 했다.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