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AI반도체 사재기… 엔비디아 주가는 ‘껑충’

첨단 기술 개발에 거대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중동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인 반도체 사재기에 나섰다. 올 초 본격 시작된 AI붐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을 선점하고 나선 것이다.

14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칩인 ‘H100′ 3000개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는 총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어치의 반도체로, 킹압둘라대학이 올해 말 제품을 받을 예정이다. FT는 아랍에미리트(UAE)도 엔비디아 AI칩 수천개 물량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UAE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팰컨’의 학습을 위한 장비다.

H100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가 “생성형 AI 전용으로 설계된 세계 최초의 칩”이라고 소개했던 제품이다. FT에 따르면 사우디는 H100의 하위 버전인 A100칩을 이미 최소 200개 이상 확보했다. UAE 역시 이미 팰컨의 학습에 A100 384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FT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A100 1024개로 GPT-3를 구축한 점을 감안하면, 상위 모델인 H100을 수천개 확보한 것은 엄청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엔비디아에 50억달러(약 6조6900억원) 규모의 AI반도체 주문을 넣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호재가 잇따르며 14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9% 오른 437.53 달러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 ‘AI 거품’ 우려가 나오면서 이번 달 들어 10% 넘게 떨어졌던 주가 손실분을 하루 만에 거의 회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