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맵이 침수 피해 막고, 냄새 센서가 산불 잡아낸다

최인준 기자 2023. 8. 1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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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 늘자 ‘기후테크’ 활발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는 최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집중 호우 등 자연재해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가상의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도시 전체를 3D(차원)로 꾸민 다음 태풍·홍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어느 정도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이 기술을 이용해 서울시 전역을 가상 도시로 구현한 ‘에스(S)맵’을 만들었다. 에스맵을 활용하면 장마 기간 집중호우가 시작될 때 가장 먼저 빗물에 잠길 가능성이 높은 저지대 지역을 특정 색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 신속하게 대피 안내를 할 수 있고, 추가 배수 펌프를 어디에 설치해야 물이 잘 빠지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집중 호우, 산불 등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AI)·드론·위성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하와이 산불로 90명 넘게 사망하는 등 재난 피해가 늘어나면서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후테크’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34억달러(약 4조5000억원)이던 세계 기상 예보 시장 규모는 오는2026년 48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백형선

◇기상 이변에 첨단 기술로 대응

사람이 기상 이변을 막을 수는 없지만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AI는 산불이나 홍수에 대한 데이터가 쌓일수록 이를 학습하면서 재난 예측 능력이 정교해진다. 집중 호우가 내리면 산사태 등 2차 재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조기에 감지할 수도 있다.

최근 AI 기술 발달로 기후테크가 실제 재난을 막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당국은 AI 화재 감시 시스템인 ‘얼러트캘리포니아(ALERTCalifornia)’를 시범 도입했다. 발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1032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배치해 AI 프로그램이 24시간 감시한다. 영상에 작은 불씨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잡히면 AI가 이를 화재로 인식해 가까운 소방 당국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달 말 미국 클리블랜드 국유림에선 새벽 3시쯤 작은 불씨가 타올랐는데 AI가 바로 감지해 인근 소방서에 알렸다. 60여 명의 소방관과 대형 물탱크·불도저가 현장에 투입돼 45분 만에 산불이 잡혔다. 골든 타임을 넘기지 않고 소방 인력을 정확하게 배치해 조기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사람과 달리 AI는 하루 종일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발생과 동시에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산악 지형이 많을 경우 드론이나 위성을 재난 대응에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 드론 스타트업 아르고스다인은 드론에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해 산불을 감시하거나 조난자 수색에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오토노미아는 드론에 소화가스가 들어있는 유도 소화탄을 적용했다. 불이 날 경우 소방 헬기보다 빠르게 화재 현장으로 이동해 진압해야 하는 구역에 소화탄을 발사한다.

인공 위성을 활용해 산불 같은 자연재해를 막을 수도 있다. 위성은 드론보다 넓은 지역을 한 번에 감시할 수 있지만 촬영 영상의 해상도가 떨어진다. 국내 위성 영상 분석 기업 쎄트렉아이의 자회사 ‘SIA’는 최근 위성이 촬영한 저해상도 영상의 화질을 높일 수 있는 ‘슈퍼엑스(X)’를 개발했다. 원래 게임이나 영화에서 고해상도 화질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이는 ‘수퍼 레졸루션’ 기술을 위성에 적용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넓은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발화점을 찾거나 화재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지 쉽게 분석해 빠르게 진압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화재 연기 냄새까지 추적

산불 방지를 위해 카메라 같은 시각 기술뿐 아니라 후각 감지 기술도 동원된다. 미국 오클랜드에선 화재 경보기처럼 연기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가 산에 배치됐다. 이 센서는 공기 중에 소량의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아산화질소 가스가 있어도 이를 감지해 화재 여부를 알아낸다. AI가 센서에 수집된 냄새 데이터와 주변 풍속 등을 종합 분석해 발화 지점, 규모도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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